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암모니아에서 순도 100% 수소를 분리해 내는 볼 밀링 공법을 개발했다./UNIST

국내 연구진이 암모니아에 저장된 수소를 실리콘을 넣어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추출 과정에서 이 실리콘은 이차전지 원료로 탈바꿈돼, 수소 생산 비용은 줄이고 폐태양광 패널의 실리콘을 재활용할 수 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암모니아에서 순도 100% 수소를 분리해 내는 볼 밀링 공법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지(JACS)'에 지난 8월 19일 게재됐다.

암모니아는 청정연료인 수소를 값싸게 저장·운반할 수 있는 물질이다. 무게 대비 수소 함량이 17.6%로 높고, 이미 암모니아의 저장·운송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암모니아에 화학적으로 저장된 수소를 다시 꺼내 쓰려면 400~600도의 고온 분해와 추가 정제 공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공정은 50도 수준의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일어나 에너지 소모가 적고, 추가 정제 과정 없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수 ㎜ 크기의 구슬이 들어 있는 밀폐 용기(볼밀)에 암모니아 기체와 실리콘 분말을 함께 넣고 흔드는 방식이다. 구슬의 충격과 마찰로 실리콘이 활성화되면서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돼 수소가 나온다. 암모니아가 분해되면 수소뿐만 아니라 질소도 같이 나오는데, 질소는 기체 형태로 방출되지 않고 실리콘과 반응해 질화규소로 전환된다.

실험에서 암모니아 기체가 모두 분해돼 시간당 102.5mmol(밀리몰)의 수소가 생성됐으며, 성분 분석 결과 질소나 미반응 암모니아와 같은 기체 불순물은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수소로 확인됐다. 실제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사용했을 때도 동일한 전환율과 순도를 확보했다.

공정의 부산물인 질화규소는 이차전지 음극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생산된 질화규소로 만든 리튬이온전지는 391.5mAh/g의 용량을 기록했으며, 1000회 이상 충·방전에도 99.9% 쿨롱 효율과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또 경제성 분석 결과, 폐태양광 패널로 만든 질화규소의 판매 수익까지 고려하면 수소 생산 단가가 '-7.14달러/kg 수준'으로 마이너스 비용을 기록,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범 교수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수소 분리·정제 문제에 해법을 제시한 성과"라며 "실제 폐태양광에서 회수한 실리콘 분말을 사용했을 때 상용 실리콘 분말을 쓴 경우와 비교해 성능 차이가 거의 없어, 2050년까지 8000만t 이상 누적 배출이 예상되는 폐태양광 재활용 기술로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JACS(2025), DOI: https://doi.org/10.1021/jacs.5c1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