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에 있는 비(非)신경세포가 면역 반응을 켜고 끄는 스위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 스위치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찾아냈다. 퇴행성 뇌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뇌 면역 반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정인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 겸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뇌 속 별아교세포의 특정 유전자가 성인기 뇌 면역 반응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22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자 차이는 어릴 때 뇌가 자라나는 과정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이 생길 때는 왜 어떤 사람이 더 잘 걸리는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연구진은 쥐 모델을 활용해 뇌와 척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별아교세포의 발달 시기별 유전자 조절 프로그램을 정밀 분석했다. 뇌에는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와 이를 지원하는 교세포(아교세포)가 있다. 교세포 중에 별 모양인 별아교세포 또는 성상세포는 신경조직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 NR3C1 유전자가 출생 직후 발달 단계에서 장기적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데 핵심 조절자인 것을 밝혔다. 연구진은 별아교세포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절을 하는 중요한 단백질 55개를 찾아냈다. 그중에서도 NR3C1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은 아기 뇌가 처음 발달할 때 가장 중요한 스위치 역할을 했다.
NR3C1 유전자가 없다고 해서 어릴 때 뇌 발달이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성인이 된 뒤 뇌에서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었다. 이때 NR3C1 유전자가 없으면 뇌가 과도하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병이 훨씬 심해졌다.
정인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별아교세포 발달의 특정 시기가 성인기와 노년기 뇌 질환의 취약성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면역성 뇌 질환의 새로운 발병 원리 이해와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0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