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극지연)는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해빙의 조기 붕괴가 생물 펌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호수학 및 해양학(Limnology and Oceanography)'에 지난 3월 게재됐다.
생물 펌프는 바다의 유기물이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장기간 격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주로 해빙 내부와 바닥에 서식하는 광합성 미세조류인 '해빙미세조류'가 해빙이 녹을 때 바다로 떨어져 동물플랑크톤과 어류, 저서생물 등의 먹이가 되고, 생물펌프로 탄소 격리에 기여한다. 해빙미세조류는 북극해 전체 일차생산자의 최대 60%를 차지할 만큼 규모도 크다.
극지연 연구진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2017년부터 6년간 북극 동시베리아와 추크치해에서 확보한 장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자체 설계한 한국형 해양계류시스템에 부착된 퇴적물 포집기로 해빙미세조류의 침강 현상을 장기 관측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붕괴가 빨라지면서 해빙에 서식하던 미세조류가 떨어져 나가 심해로 가라앉는 침강 시점이 앞당겨졌고, 미세조류의 먹이인 영양염의 공급도 변하면서 생산량과 침강 지속성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영양염이 충분할 때는 생산과 침강이 길게 이어졌지만, 부족할 경우 침강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양은진 해양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해 해빙 감소는 단순히 얼음이 사라지는 차원을 넘어, 북극해 먹이망과 탄소순환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며 "해빙 붕괴로 인한 조기 침강과 영양염 공급 감소에 따른 침강량 변화가 결국 심해로 격리되는 탄소의 양을 줄여 지구온난화의 가속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해는 최근 항로와 자원 매장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지구 기후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현장이기도 하다. 북극 생태계의 변화를 장기간 정밀하게 관측하는 일은 기후변화 대응과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Limnology and Oceanography(2025), DOI: https://doi.org/10.1002/lno.7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