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과 초음파를 결합해 조직검사 없이 갑상선암(갑상샘암)을 더 정확하게 판별하는 새로운 영상 시스템을 개발했다. 갑상선에 혹이 발견되면 대부분 바늘로 찌르는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김철홍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와 임동준, 이재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박별리 성균관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8월 27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 진단은 초음파 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악성이 의심되는 결절(혹)이 발견되면 바늘을 이용해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초음파만으로는 양성과 악성을 구별하는 정확도가 낮아서 실제로는 암이 아닌 결절도 불필요하게 조직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환자는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의료진은 진단 정확성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된다.
연구진은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포가연구원)의 지원으로 '광초음파 영상(PAI)' 기술을 개발해 왔다. 악성 결절은 대사 활동이 활발해 산소 포화도가 낮은데, 이 점에 착안해 레이저(빛)를 쬐었을 때 적혈구가 내는 미세한 초음파 신호로 혈액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양성 또는 악성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갑상선암의 다양한 유형을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갑상선 유두암 환자 45명, 여포성 종양 환자 32명, 양성 결절 환자 29명 등 총 106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들의 광초음파 영상에서 산소포화도, 분포의 비대칭도, 스펙트럼 기울기 등 다양한 매개변수를 추출하고, 이를 머신러닝(AI) 기법으로 분석해 새로운 진단 체계인 'ATA-Photoacoustic(ATAP)' 점수를 고안했다.
연구 결과, 악성 결절을 찾아내는 민감도는 97%로 매우 높게 유지됐다. 동시에 양성 결절을 불필요한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이도는 38%로, 기존의 초음파 진단(17%)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불필요한 검사를 줄여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 초음파와 초음파를 결합해 기존에는 진단이 어려웠던 여포성 종양까지 포함해 악성을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박별리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대규모 임상 검증을 이어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발전시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y6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