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진이 자폐 환자에서 불안과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뇌 속 특정 신경세포 활동 저하 때문이라고 17일 밝혔다./FinalSpark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진이 자폐 환자에서 불안과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뇌 속 특정 신경세포 활동 저하 때문이며, 이 세포를 활성화하면 공포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사회적 소통이 어렵고 반복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지만, 많은 환자가 불안과 공포 같은 정서적 문제를 함께 겪는다. 특히 일부는 작은 환경 변화나 일상적 스트레스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불안과 공포가 뇌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자폐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GRIN2B)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뇌 발달 초기에 신경 회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GluN2B)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변이가 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이 위협적인 상황을 겪은 뒤에도 공포를 쉽게 잊지 못하고 장기간 불안과 공포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의 PTSD와 비슷했다.

기저편도체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에 의해 조절되는 공포 기억의 사라짐과 장기 공포 반응을 설명한 표./IBS

문제의 원인은 뇌 속 '기저편도체(basal amygdala)'에 있었다. 기저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기억을 없애는 데 중요한 부위로, 변이 생쥐에서는 신경세포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장기간 억제돼 있었다. 연구진이 이를 화학유전학적 방법으로 이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억제돼 있던 신경 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공포 기억이 사라지며 장기적 불안도 완화됐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자폐 환자에게 나타나는 PTSD 유사 증상의 기저편도체 신경세포의 장기 억제 때문임을 세포, 시냅스, 뇌 회로 수준에서 처음으로 밝혀낸 성과"라며 "앞으로 자폐 환자의 불안과 PTSD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기저편도체 신경세포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자폐 환자뿐 아니라 PTSD 환자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 강무원·김서영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박사후연구원./IBS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r7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