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배양한 미니 신장(腎臟, 콩팥)이 실험동물에 이식돼 혈액을 여과하고 소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줄기세포로 신장 세포를 만들고 입체로 배양했지만, 여러 조직이 각각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신장 질환 연구와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대의 리 중웨이(Zhongwei Li) 교수 연구진은 "신장의 혈액 여와 소변 농축 기능을 결합한 오가노이드(organoid)를 개발했다"고 18일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에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臟器)유사체'란 뜻으로,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비슷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오가노이드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신장 구조물 중 가장 성숙하고 복잡한 형태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인간 신장 오가노이드.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오가노이드가 결합된 어셈블로이드다. 가운데 집합관 주위로 혈액을 여과하는 네프론이 뻗어있는 형태이다./미 USC

◇신장 각 부분 연결한 어셈블로이드

과학자들은 신약을 개발할 때 인간 세포에 시험한다. 실험동물보다 인체 반응을 더 잘 반영하지만, 장기에 미치는 영향은 알지 못했다. 배양접시에서 키운 세포는 장기의 입체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USC 연구진은 줄기세포로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특히 한 가지 세포를 입체로 배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세포를 키워 서로 연결했다. 오가노이드 조립체인 이른바 어셈블로이드(assembloid)가 탄생한 것이다. 어셈블로이드는 장기의 실제 기능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5월 네이처에 감각신경과 척수, 시상, 대뇌 피질에 해당하는 오가노이드를 결합해 통증 전달 경로를 구현한 어셈블로이드를 발표한 바 있다.

신장은 혈액에서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장기이다. 뇌에 이어 두 번째로 복잡한 장기이다. 혈액을 여과하고 다시 몸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재흡수하는 미세관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이다.

신장의 여과 단위는 네프론이고, 소변을 농축해 방광으로 보내는 조직은 집합관이다. USC 연구진은 앞서 2021년과 2024년 각각 집합관과 네프론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적이 있지만, 두 조직을 모두 갖춘 어셈블로이드 배양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먼저 생쥐와 인간의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각각 네프론과 집합관 전 단계 세포를 만들었다. 바로 전구세포다. 네프폰전구세포와 집합관전구세포를 합쳐 배양하자 신장의 입체 구조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생쥐와 인간 신장 어셈블로이드를 생쥐에 이식했다.

어셈블로이드는 생쥐 몸 안에서 더 성숙하고 크기가 커졌다. 여러 조직과 기관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결합 조직과 혈관도 발달했다. 리 교수는 "어셈블로이드를 신체 환경에서 성숙시킴으로써 신장 전구세포들이 자연적으로 자가조립되도록 했다"며 "이 방법이 인공 신장을 성공시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신장의 여과, 소변 생성 기능까지 구현

지금까지 나온 신장 오가노이드는 수정란(배아) 수준이었다.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신장 세포로 분화시켜 입체 배양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 생쥐에 이식한 신장 오가노이드는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갓 태어난 생쥐의 신장과 같은 수준으로 성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신장 오가노이드 역시 생쥐 몸에서 역시 배아 단계를 넘어 성숙했으나, 신생아 시료가 부족해 생쥐처럼 아기 수준까지 성숙했는지 측정하지는 못했다.

생쥐와 인간의 미니 신장은 모두 생쥐 몸에서 혈액을 여과하고 알부민 같은 단백질을 재흡수했다. 또 신장 고유의 호르몬도 분비했다. 특히 생쥐 미니 신장은 소변까지 만들었다. 다만 소변을 농축하는 구조가 부족해 소변 농도가 묽었다. 인간 미니 신장도 생쥐의 순환계에 연결돤 것으로 보였으나, 소변까지 추출하지는 못했다.

리 중웨이 교수는 "이번 어셈블로이드는 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신장 질환 연구를 위한 혁명적인 도구"라며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미국 환자 10만여 명에게 인공 신장을 제공할 수 길로 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낭성 신장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생쥐에 이식한 신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처럼 낭종을 만들었다. 지금도 변이 유전자를 가진 오가노이드로 질환을 연구하고 있지만, 생쥐에 이식한 오가노이드는 낭종과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도 관찰할 수 있었다.

호주 국립아동병원 머독 아동연구소의 멜리사 리틀(Melissa Little) 박사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이름다운 논문"이라며 "줄기세포로 더 복잡할 모델을 설계할 길을 연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조셉 본벤트레(Joseph Bonventre) 교수는 "기존 오가노이드는 상당히 무질서한 반면, 이번 연구는 조직화를 달성했다"며 "실험실에서 배양한 신장이 환자의 신장을 대체하는 차세대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ell Stem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5.08.013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08-3

Cell Stem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4.04.002

Nature Communications(2021),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1-23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