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의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이 10차 시험발사에 나서고 있다. 스타십 1단에는 메탄 엔진 '랩터 2′ 33기가 배열돼 있다.

정부가 재사용이 가능한 35톤(t)급 추진력을 내는 메탄 기반 우주 발사체 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상용 발사가 가능한 수준의 메탄 발사체 기술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는 등유(케로신)보다 발사체 재사용에 적합해 경제성이 높다. 2023년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케로신 발사체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메탄 기반 발사체도 독자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우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추진하는 35톤급 메탄 엔진 기술 개발 과제에 현대로템·대한항공 등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9일 선정됐다. 11월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이 시작된다. 사업은 2030년까지 약 491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스타십 엔진 우리도 개발

이번 과제 명칭은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이다. 한 차례 사용하면 버리는 '소모성' 발사체가 아닌,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한 메탄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최초로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을 개발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세계 우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재사용 기술 확보가 우주 경제 시대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R&D 사업 목표는 지구 500㎞ 상공까지 갈 수 있는 메탄 엔진 기술과 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발사체 엔진에서 연료인 액체 메탄과 산화제를 고압·고속으로 압축하는 '터보펌프'와 발사체에서 불을 뿜는 '연소기'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액체 메탄은 같은 양의 케로신 대비 약 10% 높은 추진력을 낼 수 있으며,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되고 케로신과 달리 그을음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케로신보다 재사용에 적합한 것이다. 대신 연료의 밀도가 낮아 거대한 연료 탱크가 필요하고, 극저온 저장이 필요한 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 국내 연구 기관이나 기업이 가진 메탄 엔진 기술도 3톤급에 그친다.

메탄 엔진은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는 이미 대세로 떠올랐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인류 최대·최강 발사체인 스타십이 대표적이다. 스타십의 엔진은 메탄을 연료로 하는 랩터2로, 1개에 230톤 추진력을 내는 엔진 33개를 묶어 약 7600톤의 추진력을 낸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역시 메탄 엔진 기반 재사용 발사체다. 중국과 EU 역시 메탄 기반 주력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우주청 주도권 잃나

우주 업계에서는 이번 메탄 엔진 개발 사업이 우주항공청 주도가 아니라 방산 분야 연구소인 국기연에서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개청한 우주항공청이 차세대 핵심 우주 분야인 메탄 엔진 분야에서 주도권을 국기연에 내줬다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국기연과 유사하게 35톤급 메탄 엔진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올해 예산에 반영했지만, 국기연 사업과 유사성이 지적됐다. 또 우주항공청이 차세대 발사체의 엔진을 케로신에서 80톤급 메탄 엔진으로 바꾸는 안을 추진 중인데, 이 역시 중복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우주청 사업은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양인성

우주 업계 관계자는 "누리호 엔진도 30톤급을 개발한 뒤 현재 사용되는 75톤급으로 개발됐다"며 "메탄 엔진과 재사용 발사체 개발 주도권이 우주청이 아니라 국기연과 방위사업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우주항공청은 국기연과 협력하며 중소형 메탄 엔진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방위사업청과 협의체를 구성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규격 등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