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주요 혈액 수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혈액검사는 큰 장비와 많은 혈액, 숙련된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은 신속한 검사가 가능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양성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미세유체 전기화학 임피던스 센서(MEIS)'를 이용해 적혈구의 모양과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6가지 주요 혈액 지표를 산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애널리틱 케미스트리(Analytical Chemistry)'에 지난달 26일 게재됐으며,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임상 혈액검사에서 사용하는 6가지 지표는 적혈구 수, 헤모글로빈 농도, 혈액 속 적혈구 비율(HCT), 평균 적혈구 크기(MCV), 평균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 양(MCH), 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 농도(MCHC) 등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혈액 검사는 기존 장비와 95% 이상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였다.
MEIS는 소량의 혈액을 미세한 통로(미세유체 채널)로 흘려 보내면서 전기 신호 변화를 측정하는 장치다. 적혈구가 팽창하거나 수축할 때, 세포막과 세포 속 전기적 성질이 바뀌는데, MEIS는 이를 그대로 읽어 혈액 지표를 계산할 수 있다. 기존에도 피 한 방울로 진단하는 기술이 있었지만, 대부분 세포 수나 부피만 측정했을 뿐, 적혈구 모양 변화나 헤모글로빈 주변 수분 상태까지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번 기술은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적혈구가 물을 흡수해 부풀거나, 반대로 수분이 빠져 쪼그라드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미세 채널을 통해 혈액의 전기 반응을 다양한 주파수에서 측정했다. 이를 통해 혈액 속 세포와 혈장,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 주변의 물 상태까지 반영한 새로운 분석 모델을 완성했다.
양성 교수는 "혈액 속 수분 변화까지 반영해 정확하게 혈액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응급실이나 현장 진단에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혈액검사 장치 개발로 이어질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nalytical Chemistry(2025), DOI: https://doi.org/10.1021/acs.analchem.5c0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