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과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미국을 떠난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 과학기술계는 해외에 나가 있는 한인 과학자들의 복귀와 해외 우수 인재의 국내 유치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김민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직무대행은 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2차 이공계 인재 강국 연석회의'에서 "국내 박사 과정 졸업자의 24%가 외국인인 만큼 외국인 유학생을 연구 인력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인재가 한국을 선택하고, 해외로 나간 한인 과학자가 복귀하게 하려면 연구비 지원과 함께 가족 정착, 생활 여건, 다양한 커리어 기회 등 글로벌 수준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총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달 26일을 시작으로 두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기술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 인재 확보와 유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첫 회의는 '국내 이공계 인재의 전주기 성장체계 구축'을 주제로 진행됐고, 이날 두 번째 회의에서는 '해외 우수인재의 국내 복귀·유치 촉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본부장은 "최근 5년간 약 930명의 해외 우수 인재가 국내에 들어왔는데, 이 중 외국인 연구자가 68.7%, 재외 한인 과학자가 20%를 차지한다"며 "현재 우수 인력 유출된 자리를 해외 인재가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이어 "해외에서 공부 중인 석박사, 포닥(박사후연구원) 등 국내 인력 대상 설문조사에서 약 60%가 국내 복귀 의향을 보였다"며 "국내 유학생, 재외 한인 과학자, 해외 톱티어 연구자 등 다양한 그룹을 어떻게 국내에 유치하고 활용할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여보다 근무 환경 개선, 연구비 자율성, 고용 안정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포닥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한 유재영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국내 인재들이 국내 복귀를 꺼리는 건 단순히 급여 문제보다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국가연구소나 학교 정도에 그치지만, 산업체에도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기회가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해외 인재들에게 한국은 매력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유입)는 한국인 해외 유학생 수(유출)에 줄곧 뒤쳐져 왔지만, 2020년에 추월해 최근까지 계속 앞지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국내외 인력을 모두 한국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정책을 논의 중이다. 기존 '브레인 풀 플러스(Brain Pool Plus)' 프로그램은 내·외국인 관계없이 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모으겠다는 의미를 담은 '브레인 투 코리아(Brain to Korea)'로 확대했다. 최고급 인재가 성장하고 모이는 과학기술 인재 강국 실현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다만 연구 현장에서는 인재 유치 이후 정착 지원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재 유치도 중요하지만, 유치 이후에 이들이 잘 정착해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시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협력본부장은 2017년 미국에서 IBS 연구단장으로 들어온 외국인 연구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J. Heinrich)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의 사례를 소개하며 "응용보다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하고자 한국으로 온 하인리히 단장은 9년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연구비 사용 등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점점 '마이크로매니징(세부 관리)가 강화되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심 본부장은 또 "연구팀 전체를 함께 이동시키는 '그룹 리크루트먼트(group recruitment)'가 해외 인재 유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핵심"이라며 "해외에서는 잘 돼 있지만, 공개채용이 원칙인 국내에서는 일괄 채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이민정책연구원의 이창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연구자의 5년 체류율은 약 30%에 불과하며, 근무 환경과 생활 편의, 가족 정착 여건이 미흡할 경우 한국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연구자들이 국내 얼마나 유입되고 있고, 이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이동하고 있는지 현황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인력 유치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