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치료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암세포를 더 정밀하게 공격하면서도 몸속에 오래 머물러, 효과적이고 안전한 항암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권인찬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와 공동으로 차세대 항암 치료제 플랫폼 '알부바디(Albubody)'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지난달 실렸다.
ADC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해 유도미사일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용화된 ADC는 대부분 대형 항체(IgG)로 크기가 커 종양 내부에 고르게 침투하기 어렵고,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줘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크기가 작은 항체조각(scFv)은 종양 내부로 잘 스며들지만, 체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약 1시간에 불과해 빠르게 사라지는 게 단점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 속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부민과 작은 항체조각의 성질을 결합해 '알부바디'를 개발했다. 알부민은 약물이 체내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돕고, 작은 항체조각은 종양 속으로 잘 스며드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탄생한 알부바디는 기존 항체조각보다 체내에서 200배 이상 오래 머무르면서도, 큰 항체보다 종양 침투력이 뛰어났다.
실험 결과 알부바디는 종양 조직에 장기간 축적돼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였고, 정상 조직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알부바디에 항암제를 결합한 '알부바디-약물 접합체'는 유방암 세포를 이식한 생쥐 모델에서 기존 항체조각 기반 치료제보다 종양 깊숙이 스며들어 탁월한 항암 효능을 입증했다.
권 교수는 "알부바디는 다양한 항암제와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라며 "임상 적용이 이뤄진다면 기존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암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Journal of Controlled Release(2025), DOI: https://doi.org/10.1016/j.jconrel.2025.114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