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시험에 참여한 고양이 잭./티나 토마스(Tina Thomas)

수술과 방사선, 항암제도 잘 듣지 않는 난치암을 극복할 단서가 동물에서 나왔다. 신약 개발에 흔히 쓰는 쥐가 아니라 그 천적인 고양이가 새 치료제 효과를 봤다. 사람과 같이 사는 반려동물인 고양이는 암도 비슷해 환자에서 같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니엘 존슨(Daniel Johnson)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의대 교수 연구진은 "두경부 편평세포암에 걸린 고양이를 대상으로 새로운 표적 치료제를 시험한 결과, 상당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암세포(Cancer Cell)'에 발표했다.

두경부 편평세포암은 머리와 목의 점막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전체 두경부암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흡연과 음주,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사용한 약물은 암 발생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STAT3′을 겨냥한 최초의 표적 치료제다. STAT3은 두경부 편평세포암뿐 아니라 여러 암에서 발견되지만, 지금까지는 억제하기 어려운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다.

임상시험 결과, 고양이 20마리 중 7마리(35%)에서 암 진행이 억제되거나 병이 안정됐다. 치료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으며 일부 가벼운 빈혈만 나타났다. 약물에 반응을 보인 고양이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161일로, 5개월을 넘었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 후 생존 기간이 2~3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아홉 살 흑색 단모종 고양이 '잭(Jak)'은 6~8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약 투여 후 눈물을 흘리던 증상이 크게 개선됐고, 무려 8개월 이상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잭의 보호자는 "그 기간에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고, 딸도 석사 학위를 마쳤다"며 "잭과 한 번 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암 치료 표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쥐가 아니라 고양이에서 효과를 낸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교수는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반려동물들은 암 발병 양상도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며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흔히 사용하는 실험용 쥐 실험보다 인간에게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제니퍼 그랜디스(Jennifer Grandis) 교수는 "이번 성과는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참고 자료

Cancer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cell.2025.07.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