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정체가 베일에 가려진 '암흑물질'을 찾는 여정이 한 단계 더 진전됐다.
윤성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 CI 연구진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인 '액시온(Axion)'을 찾기 위한 실험에서, 지금까지 기술적 한계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질량(고주파) 영역까지 탐색을 확장하고, 민감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액시온은 1977년에 처음 제안된 이론적 입자로, 매우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액시온은 직접 검출은 어렵지만 강한 자기장과 공진기를 이용해 아주 미약한 전자기 신호로 변환해 포착할 수 있다. 공진기는 금속으로 만든 울림통 같은 장치로, 원하는 주파수에서 신호를 크게 키운다. 과학자들은 라디오 채널을 맞추듯 공진기의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액시온의 흔적을 찾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탐색은 주로 낮은 질량 영역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특수한 전자기파 공진 방식을 적용한 공진기를 새롭게 제작했다. 기존 방식에 비해, 같은 크기의 공진기에서도 더 높은 주파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 고질량의 액시온을 탐색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연구진은 독자 개발한 정밀 주파수 조정 장치를 결합했다.
실제 실험은 우주보다 훨씬 차가운 영하 273.11도의 극저온, 지구자기장의 24만 배에 달하는 12T(테슬라)의 강한 자기장 환경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스마트폰 와이파이와 유사한 주파수 대역에서 처음으로 탐색 실험을 구현했다.
이번 성과는 대표적 액시온 이론인 'KSVZ 모델'의 예측에 근접한 수준의 탐색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모델은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특정 질량 대에서 어느 정도 세기의 신호가 나타날지를 이론적으로 제시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탐색한 구간에서 이론 예측치의 약 1.7배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에 도달했다. 액시온의 흔적을 직접 포착할 수 있는 문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윤성우 CI는 "이번 연구는 고차 공진모드를 이용한 액시온 탐색의 실험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로, 차세대 액시온 검출 실험의 설계와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액시온 탐색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은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꾸준한 축적의 과정"이라며 "이번 연구가 암흑물질의 실체를 규명하고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26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2025), DOI: https://doi.org/10.1103/f11t-qy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