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목숨을 건 줄다리기 승부가 나온다. 상대팀보다 힘이 약한 주인공 팀은 '앞사람은 더 적극적으로 당기고 뒷사람은 드러눕듯 버틴다'는 전략으로 거의 최대치 힘을 발휘해 이긴다. 현실의 일상 줄다리기에서는 모두가 최대 힘을 내는 경우가 드물다. '내가 대충 버텨도 누군가 대신 더 힘을 내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임승차하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1인당 기여도는 역설적으로 줄어든다. 이를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한다. 프랑스 학자 막시밀리앙 링겔만이 줄다리기 실험 등을 통해 1913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베짜기개미에게서는 링겔만 효과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호주 매쿼리대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최근 밝혔다. 인간과 달리 집단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개체당 힘이 훨씬 커지는 초효율성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베짜기개미들이 힘을 모아 인공 잎을 당기는 장면.

연구팀은 베짜기개미가 집을 짓기 위해 협력하며 나뭇잎을 잡아당길 때 힘을 측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공 잎과 힘 측정 장치 등을 만들었다. 베짜기개미들은 집을 지을 때 앞의 동료 허리를 뒤에서 입으로 물고, 자기 허리는 뒤에 있는 개미가 무는 식으로 사슬을 형성하고 힘을 모아 잎을 잡아당긴다. 이렇게 당긴 잎에, 애벌레가 뿜어내는 실을 엮어 집을 만들어간다. 이번 실험에서 개미들은 인공 잎을 잡아당기며 힘을 썼다.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과 비슷한 실험에 개미들이 본능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연구팀이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베짜기개미 한 마리는 체중의 59배에 달하는 힘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15마리가 집단으로 잡아당겼을 때는 개체당 평균 체중의 103배에 달하는 힘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였을 때보다 단체로 힘을 쓸 때 2배 가까운 괴력을 뽐낸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과 달리 집단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개체당 힘은 훨씬 커지는 '초효율성'이 나타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사슬 후반부의 뒤쪽 개미들은 다리를 거의 완전히 쭉 뻗은 상태로 지탱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오징어 게임에서 뒤로 드러눕듯 버티는 줄다리기 전략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연구팀은 "힘껏 잡아당기는 개미와 바닥을 지탱하며 버티는 개미가 역할을 분담하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집단 전체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과학계는 베짜기개미의 '초효율 협력' 원리를 다수의 로봇이 무거운 물체를 옮기거나 구조 작업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군집 로봇이 초효율적으로 힘을 내는 것은 줄다리기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심지어 AI(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처럼 무임승차를 선호해 오히려 링겔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