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의 원격조종잠수정(ROV) 수바스티안(SuBastian)이 해저에서 메탄 가스가 방출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SOI

바닷속 깊은 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배출량은 적지만 온난화 효과는 수십 배 강력하다. 미생물들이 심해 지층에서 새어 나온 메탄이 대기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살아있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 중국 베이징대, 독일 막스플랑크 해양미생물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전혀 다른 종류의 미생물인 고세균과 황산염 환원 세균이 힘을 합쳐 심해에서 메탄을 소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밝혔다.

고세균은 뜨거운 산성 온천이나 심해의 온천인 열수(熱水) 분출구, 소금 호수 등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이다. 이름과 달리 세균(박테리아)과는 다른 계통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혐기성 메탄산화 고세균과 황산염 환원 세균이다.

혐기성 메탄산화 고세균은 메탄을 분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를 처리하지 못하면 반응이 멈춘다. 황산염 환원 세균은 메탄은 분해하지 못하지만, 대신 고세균이 내놓은 전자를 받아 황산염과 반응시켜 자기 대사를 이어간다.

계통이 완전히 다른 미생물들이지만 손을 잡으면 만사형통이다. 고세균이 메탄을 쪼개면서 전자가 생기고, 이를 황산염 환원 세균이 받아서 에너지로 쓰는 방식이다. 두 미생물이 서로 전자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모 엘-나가르(Moh El-Naggar) USC 교수는 "두 미생물이 서로 물리적으로 뭉쳐 전기 회로처럼 연결된다"며 "도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그들을 이어줘 전자 흐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중해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 등 여러 해저 메탄 분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전자 이동을 직접 측정했다. 그 결과, 이 미생물들이 실제로 전기 연결망을 형성해 메탄 배출을 크게 줄이고 있었다.

유항(Hang Yu)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이런 미생물들은 지구를 지키는 자연적인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생명체가 극한 환경에서도 수십억 년에 걸쳐 어떻게 진화해 온실가스를 소비해 왔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단순히 미생물 생태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원리를 활용하면 쓰레기 매립지나 공장에서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빅토리아 오펀(Victoria Orphan) 칼텍 교수는 "가장 외딴곳에 사는 미생물조차도 정교한 방식으로 협력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우리가 의존하는 미생물 생태계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4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