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이용호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으로부터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연구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과기정통부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인공지능(AI), 에너지, 전략기술 등 핵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기초연구와 인재양성, 지역 혁신에도 지원을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R&D 예산이다.

정부 R&D 예산은 체질 개선과 혁신을 통한 진짜 성장을 목표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이 책정됐다. 이 중 주요 R&D는 30조1000억원 규모로, 올해 24조8000억원 대비 21.4% 늘었다. 향후 정부 예산안 편성과정을 거쳐 일반 R&D와 함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 R&D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확정하는 주요 R&D 예산과 기획재정부가 짜는 일반 R&D 예산으로 나뉜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2일 열린 브리핑에서 "2026년도 정부 R&D 규모는 최근 20년 내 최대치이자 최대의 R&D 증가율"이라며 "R&D를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 핵심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6년 주요 R&D 예산은 '기술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이라는 양대 축을 기반으로 편성됐다. 기술주도 성장은 핵심 분야 R&D에 확실하게 투자해 생산성 대도약, 미래전략 산업 육성과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모두의 성장은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피폐해진 연구현장을 복원하면서 지속가능한 연구생태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핵심 분야 중 하나인 AI 예산은 전년 대비 106.1% 증가한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에너지는 2조6000억원(19.1%)으로, 전략기술은 8조5000억원(29.9%) 증가한다. 또 방산은 3조9000억원(25.3%)으로, 중소벤처는 3조4000억원(39.3%)으로 각각 증액된다.

2026년도 R&D 투자 규모 및 주요 R&D 10대 핵심 투자분야./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분야는 범용인공지능(AGI), 경량·저전력 AI, 물리적 구현이 가능한 피지컬AI 등 차세대 핵심기술에 집중 투자하며, AI 인프라 생태계를 강화한다. 에너지 분야는 초고효율 태양전지, 초대형·고출력 풍력 등 실증 기술개발과 국산화, 청정수소 밸류체인 구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재생 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

양자컴퓨팅과 합성생물학 등 미래 원천기술 확보와 AI 반도체, 양자내성암호 같은 공급망 핵심기술 내재화에도 나선다. 방위산업은 K-9 자주포 등의 성능 고도화와 함께 AI·양자 기술 접목을 강화한다. 중소벤처 지원은 민간투자 연계형, 경쟁보육형 R&D를 확대하고, 혁신조달과 구매연계형 R&D를 통해 초기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

연구생태계 복원을 위한 투자도 확대된다. 기초연구 예산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3조4000억원 규모다. 개인기초 연구과제를 2023년 수준보다 많은 1만5000건 이상으로 늘리고, 폐지됐던 1억원 미만의 기본연구를 신규 전임 대상 2000개, 비전임 대상 790개로 늘려 연구 자율성을 강화한다.

인력양성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35.0% 증가한 1조3000억원이다. AI와 바이오 등 핵심 분야의 인력을 각각 신진 6000명, 박사후연구원 2500명, 석박사 1만6000명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브레인 투 코리아(Brain to Korea)'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는 전년 대비 17.1% 증가한 4조원을 배정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5000억원 규모의 전략연구사업과 최우수 연구자 인센티브(최대 1억2000억원)를 신설해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PBS는 출연연이 경쟁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주하도록 한 제도로, 1996년부터 시행됐다.

박 혁신본부장은 "PBS 단계적 폐지에 따라 올해는 우선 수탁과제 종료분 5000억원을 기관전략개발단(ISD)으로 배분하지만 이후는 결정된 바 없다"며 "PBS 폐지 이후 정책은 추후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지역성장 예산은 54.8% 증가한 1조1000억원이다. 권역별 자율 R&D 예산 배분과 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통해 지역 균형 성장을 지원한다. 재난안전은 14.2% 증가한 2조4000억원 규모로, AI·드론 기반 재난 대응 기술 개발과 다부처 협력사업을 통해 복합 재난에 대비한다.

박 혁신본부장은 "2년 전 정부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연구 현장에 큰 충격이 있었고, 연구 현장에 있었던 만큼 연구자들이 겪은 혼란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예산안은 단순한 숫자의 증액을 넘어서서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재원인 만큼 성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서 운영과 관리 또한 철저히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로서 연구생태계의 회복을 넘어 완전한 복원과 진짜 성장 실현을 위해 파격적으로 확대했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R&D 투자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연구생태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