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불완전한 시각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해 다루도록 돕는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케이블이나 전선 조립, 부드러운 부품을 다루는 제조업, 의류 정리와 포장 등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지능형 자동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대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 연구진은 탄성 밴드처럼 형태가 변하고, 시각적으로 형태를 구별하기 어려운 물체도 로봇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아이엔알-돔(INR-DOM)'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로봇 공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대회 '로보틱스: 사이언스 앤 시스템즈 2025'에서 발표됐다.
로봇이 전선, 의류, 고무줄처럼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되는 물체를 다루는 기술은 제조·서비스 산업 자동화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 물체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 로봇이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조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로봇이 관측한 부분적인 3차원 정보만으로 변형 가능한 물체의 전체 형상을 완전하게 복원하도록 '잠재 신경 표현' 기술을 활용했다. 로봇이 관측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포함한 물체의 전체 형상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마치 사람처럼 로봇도 물체의 전체 모습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물체를 조작하는 방식을 학습하도록 했다. 특히 로봇이 특정 과제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화학습과 대조학습을 결합한 새로운 2단계 학습 구조를 도입했다. 로봇이 현재 물체의 상태와 목표 상태 간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도록 했다.
개발한 기술을 로봇에 탑재해 실험한 결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고무링을 홈에 끼우거나, O링을 부품에 설치하거나, 꼬인 고무줄을 푸는 세 가지 과제에서 모두 기존 최고 성능의 기술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풀기 작업에서는 성공률이 75%에 달해, 기존 최고 기술(ACID, 26%)보다 약 49% 높은 성과를 거뒀다.
실제 환경에서도 끼우기, 설치, 풀기 작업을 90% 이상의 성공률로 수행했으며, 시각적으로 구별이 어려운 양방향 꼬임 풀기 작업에서는 기존 이미지 기반 강화학습 기법 대비 25%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송민석 KAIST 석사과정생은 "이번 연구는 로봇이 불완전한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조작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제조, 물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협력하거나 인간을 대신해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rXiv(2025), DOI: https://arxiv.org/abs/2505.0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