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연구개발 기간과 정부 지원 기간의 격차, 경직된 규제 체계 등이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14일 서울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에 위치한 진코어 서울연구소를 방문하고, 혁신 창업 생태계 주체들과 현장의 애로사항과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창업 기업 지원과 기업 연구개발(R&D), 공공조달, 공공연 창업 제도, 벤처투자, 기술사업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이 오갔다.
진코어를 공동 창업한 김도연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첨단 기술개발 기간은 5~7년이 필요하지만, 지원 기간은 1년이나 1년 미만이라 연속성 있는 개발이 어렵다"고 밝혔다. 진코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창업기업으로, 2019년에 창업한 이래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첨단 기술의 경우 한국에서는 규제나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허가가 가능해 새로운 시험법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반면 중국은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한 사항만 제외하면 대부분 시도할 수 있어 한국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및 진단 장비를 개발하는 큐리오시스의 박민섭 개발총괄담당 이사는 "최초 국산화를 필요로 하는 하이테크 기술을 많이 다루는데, 대학이나 연구소, 중소병원에서 초기 비용 부담 때문에 도입을 망설인다"며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제품을 대학, 연구소, 중소병원 등이 구매 시 정부 보조금 또는 매칭 펀드를 지원해 마중물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슬립테크 기업을 이끄는 홍준기 에이슬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AI 분야의 지원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기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많이 쏠려있다"며 "데이터 수집이나 의료, 바이오 분야에 맞춘 버티컬 AI 등에 지원, 투자가 많이 집중되면 한국만이 앞설 수 있는 분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창업 기업에게는 자본, 인력, 공간인데, 그중 인력 확보가 가장 절실하다"며 "에이로봇과 같은 대학 기반 기업이라도 소속 대학 졸업생들이 큰 기업에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구혁채 차관은 "2년 전 디지털 바이오 전략에 이어 올해 초 AI 바이오 전략을 마련해 의료, 바이오, 생명 데이터에 특화된 우수한 AI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관련된 종합적인 AI 바이오 국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소재와 에너지 등 섹터별로 진행할 계획도 있다"고 답했다. 구 차관은 "공공연구성과 확산 정책을 더욱 다각화하고,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R&D 혁신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