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세포만 공격하는 나노바디를 개발한 생명연 연구팀./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나노항체(nanobody) 기술을 개발했다. 초소형 항체가 암세포 표면에 붙어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박사 연구진이 폐암 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초소형 나노항체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지난달 10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나노바디가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 문제를 줄이면서 암세포 사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폐선암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선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가리지 않고 공격해 탈모·구토·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고, 약물이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폐선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인 'CD155'에만 달라붙는 초소형 항체 'A5 나노항체'를 개발했다. 일반 항체의 10분의 1 크기여서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CD155가 많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며, 암세포 이동과 침투를 절반 이상 억제했다.

나노항체는 약까지 전달한다. 연구진은 항암제 독소루비신(DOX)을 담은 지방 성분으로 된 약물 캡슐(리포좀)에 A5 나노항체를 결합한 'A5-LNP-DOX'도 개발했다.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CD155 표적에만 정확하게 항암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동물실험과 환자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실험에서는 종양 크기가 70~90%까지 줄었고 세포 사멸 지표도 크게 증가했다. 오가노이드는 환자 장기 세포를 입체로 배양해 미니 장기로 불린다. 간·심장·신장 등 주요 장기 손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정 박사는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아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라며 "폐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에도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로 정밀의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 나노바디의 항암 효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참고 자료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392-025-0230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