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 연구진은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해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진은 리보핵산(RNA)./미국 미시간대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 연구진은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해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지난 6월 게재됐다.

조로증(허친슨-길퍼드 조로증 증후군, HGPS)은 약 800만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이다. 조로증에 걸린 아이들은 생후 1~2년이 지나면 피부가 주름지고 키가 자라지 않으며, 뼈와 혈관이 급속도로 노화된다. 평균 기대수명은 약 14.5년에 불과하지만,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조로증의 원인인 프로제린 유전자에 주목했다. 조로증은 LMNA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리고,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켜,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져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추게 된다.

연구진은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를 만들었다. 이 RNA 가위는 정상적인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해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RNA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털 빠짐,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또 체중이 증가하고 생식기관 기능도 회복됐으며, 더 나아가 심장과 근육의 기능까지 회복돼 건강한 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질병 치료 기술을 넘어, 노화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조절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 세포에서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RNA 가위 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인 노화 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김선욱 센터장은 "이번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Molecular Therapy(2025), DOI: https://doi.org/10.1016/j.ymthe.2025.06.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