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뇌가 훨씬 빠르게 노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져 모든 사람이 뇌에 타격을 입었다는 말이다.
영국 노팅엄대 의대 연구진은 성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에 밝혔다.
전반적인 뇌 노화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 생활방식 변화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전 연구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특히 노인에서 신경퇴행과 인지 저하가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평균 63세 건강한 성인 1만5334명의 뇌 MRI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나이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 996명을 대상으로 뇌 나이를 예측해, 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 중 432명은 코로나19 대유행 전과 후에 MRI를 찍었고, 564명은 대유행 이전에만 두 번 찍었다. 분석 결과 감염 여부와 관계 없이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평균 5.5개월 만큼 뇌가 더 노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인과 남성, 건강이 안 좋은 환자, 저소득층과 낮은 교육 수준인 층에서 뇌 노화가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 노화 가속의 원인으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 생활방식 변화 등을 꼽았다.
뇌가 노화했다고 모두 인지능력이 감소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인지능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에서만 유연성과 처리 속도 같은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났다. 뇌 노화가 반드시 사고력, 기억력 등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영국 성인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간접적 영향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알리레자 모하마디네자드(Ali-Reza Mohammadi-Nejad) 노팅엄대 의대 연구원은 "뇌 건강은 질병뿐 아니라 일상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실제로 감염병 대유행이 취약층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진 더프(Eugene Duff)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감염이 없더라도 대유행을 겪는 것이 뇌 노화와 관련이 있고, 그중 성별이나 사회경제적 배경이 노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수드 후세인(Masud Husain)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전후로 뇌 나이 차이는 평균 5개월에 불과한데 이 수치가 정말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지 의문"이라며 "시간이 흐른 뒤 뇌 노화가 회복됐는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1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