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2025'가 지난 16~19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32회째를 맞은 올해 바이오 USA에는 72국에서 약 1600개 기업이 참가했고, 2만여 명의 참관객이 현장을 찾았다. 올해 바이오 USA에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역대 최다인 80여 곳의 한국 기업이 참여했고, 한국인 참관객 수는 약 1300명으로 3년 연속 최대 해외 참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동아쏘시오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신기술을 소개하며 고객사들과 사업 미팅을 진행하고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K바이오' 존재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사장 입구 바로 앞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위치에 167㎡ 규모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에는 회의를 할 수 있는 미팅룸 4개와 60석 정도의 별도 좌석이 마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시설을 부스 외벽에 소개하는 등 신기술 홍보에 적극 나섰다.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 물질 등의 시험을 대신해주는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 출범을 바이오 USA 개막에 맞춰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기존 사업인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은 물론이고 ADC와 신규 론칭한 오가노이드 관련 문의가 올해 많이 들어왔다"며 "150건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고 했다.
140㎡ 규모의 부스를 마련한 셀트리온은 기존 바이오 시밀러(복제약)와 신약 개발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타진했다. 셀트리온은 ADC, 다중항체, 항체 신약, 펩타이드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신약 개발 관련 유망 기술을 가진 잠재적 협력사들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 부스에는 1800명 이상이 찾았고, 150건 이상의 미팅을 진행했다"며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성장해 가고 있는 셀트리온의 기업 역량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에스티, 에스티팜, 에스티젠바이오 등 주요 계열사의 공동 부스를 운영했다. 동아에스티는 항암제, 면역∙염증성 질환, 신경 질환, 내분비 질환 등 임상 단계의 14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다. 에스티팜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에스티젠바이오는 원료 의약품 등의 CMO 서비스를 홍보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이어져
올해 바이오 USA에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가 드러났다. 중국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바이오 보안법' 등에 반발해 2년 연속 행사에 불참했다. 지난해에 없었던 중국관이 올해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23개 기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바이오 보안법을 재추진하는 데 이어, 의약품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원료 의약품의 약 3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라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바이오 USA에서는 무작정 반사이익에 기댈 것이 아니라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며 자체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중국 바이오 기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산업이 3∼5년 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