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면역결핍 미니돼지./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혈액부족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간에 수혈할 혈액을 생산하는 미니돼지를 개발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 연구진은 유전체 편집을 기반으로 고도로 면역결핍된 미니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리서치(Journal of Advanced Research)' 온라인판에 지난 4월 23일 게재됐다.

초기 인공혈액은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 단백질과 같이 산소 결합능력이 뛰어난 화합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으나, 최근에는 동물의 혈액을 이용해 생체 적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 목표가 바뀌고 있다. 이점에서 미니돼지가 최적인 모델로 꼽힌다.

미니돼지는 체격이 큰 중대형 실험동물로, 혈액량이 많고 장기 크기와 생리학적 특징이 인간과 유사해 생체 내에서 인간의 혈액을 재생시키기 위한 최적의 동물로 평가된다. 인간의 조혈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미니돼지에서 인체에 쓸 수 있는 혈액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미니돼지에 인간의 조혈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미니돼지를 면역결핍 상태로 만들어 인간세포와 같은 외부세포를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미니돼지의 JAK3 유전자를 처음으로 제거한 모델을 생산했다.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이다.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로 잘라낸 JAK3 유전자는 주로 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티로신 키나아제 효소를 발현한다.

유전자가 편집된 미니돼지는 T세포, B세포, NK(자연살해)세포와 같은 면역세포가 결핍됐다. 더 나아가 기존 미니돼지 모델과 달리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구가 감소하고, 손상된 세포나 죽은 세포를 먹어 없애는 대식세포의 기능도 저하하는 등 고도화된 면역결핍 특징을 보였다.

김선욱 센터장은 "이번 연구 성과로 사람의 혈액을 중대형 실험동물의 생체 내에서 재생시키는 인공혈액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향후 면역결핍 미니돼지를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인프라의 구축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Journal of Advanced Research(2025), DOI: https://doi.org/10.1016/j.jare.2025.04.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