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에서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컬러로 표현된 현미경 사진./Eye of Science

김충섭 성균관대 약학과 교수 연구진은 이효종, 이원식 교수 연구진과 함께 희귀 장내미생물에서 혈관신생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대사체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생제인 에리스로마이신(erythromycin)이 장내미생물의 생합성 유전자 발현을 자극해 신규 활성물질의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에리스로마이신은 세균의 단백질 생성을 방해해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로, 호흡기 감염이나 피부 질환 치료에 쓰인다.

연구진은 항생제를 이 장내미생물에 처리했을 때, 새로운 화학 골격을 가진 '에뉴리스타틴(aneuristatin)'이라는 이름의 신물질을 포함한 8가지의 새로운 대사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생합성 경로를 분석한 결과,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타이로신 세 분자가 결합돼 에뉴리스타틴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에뉴리스타틴은 암세포 주변에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했다. 이는 암의 성장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쉬와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에뉴리스타틴의 효과를 입증했다. 에뉴리스타틴은 염증과 조직 섬유화까지 동시에 억제해, 암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환의 치료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충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미생물의 대사 능력이 환경 변화, 특히 항생제 자극에 의해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희귀 미생물이 가진 대사적 잠재력을 활용한 장내미생물 기반 신약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지난 4월 30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2025), DOI: https://doi.org/10.1021/jacs.5c03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