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식물의 광합성을 저해해 식량 자원의 생산량을 14%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플라스틱 오염이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는 말이다. 농수산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제외하고 오직 광합성만 따진 결과여서 실제 손실 규모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 생산량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확인한 결과로 평가됐다.
종 환 중국 난징대 환경학과 교수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생태계의 광합성을 감소시켜 농작물과 수산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축적되면서 인간과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미국 듀크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뇌 혈류를 방해하고 혈전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난징대 연구진은 농업이나 해양 생태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3286건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육상 식물은 광합성이 12.1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조류의 광합성은 7.05%, 담수 조류의 광합성도 9.24% 감소했다.
이는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태계 1차 생산성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인 총 엽록소와 엽록소a 함량이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1차 생산성은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유기물의 총량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아질 경우 생태계 전체에 생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농작물과 수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분석했다. 다만, 이 수치는 농수산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 요인을 제외하고, 오직 미세플라스틱이 광합성에 미치는 영향을 기반으로 도출된 결과임을 전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따른 광합성 감소로 전 세계 주요 농작물 생산량이 4.11~13.5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옥수수의 경우, 연간 4892만~1억6158만t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됐다. 아시아 지역이 전체 생산량 감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의 1차 생산성을 감소시키면서, 어류와 해조류를 포함한 수산물 생산량도 평균 7.2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의 광합성 저해가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산물 전체 생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전 세계 식량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미세플라스틱이 누적되면 빛의 투과율을 방해해 광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생산량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5), DOI : https://doi.org/10.1073/pnas.2423957122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r8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