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라운호퍼 소재 및 방사 기술 연구소에서 만든 건식 전극./프라운호퍼 소재 및 방사 기술 연구소(Fraunhofer IWS)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배터리 제조 방식으로 주목받는 건식 전극(Dry Electrodes)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성공했다.

연세대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 공동 연구진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건식 전극(Dry Electrodes)'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기술적 난제를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지난 2월 26일 게재됐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 제조사는 습식 전극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습식 공정은 전극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고가의 용매와 혼합해 슬러리(Slurry) 형태로 만든 후, 이를 금속 포일(집전체)에 코팅하고 용매를 증발시키는 건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많고 공정 시간이 길며,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해 제조 비용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또 전극 내 활물질 함량을 높이기 위한 '후막 전극(thick electrode)' 제작이 어려워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건식 전극 공정'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건식 공정은 용매 없이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직접 혼합해 고체 파우더 형태로 전극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별도의 건조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건식 전극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연구진은 제조 공정과 전지 성능을 분석해 전극 균일성 확보와 후막 전극 기술 개발, 대량 생산을 위한 수율 확보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건식 전극은 용매 없이 제작되기 때문에,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가 균일하게 분포되지 않으면 전극의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극 내 물질을 균일하게 배치할 수 있는 새로운 분산 기술과 압연(캘린더링) 공정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후막 전극 기술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막 전극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지만, 균일한 두께와 밀도로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고접착성 바인더와 도전재를 개발하고, 전극이 일정한 밀도로 코팅될 수 있도록 공정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공정 최적화를 거쳐 건식 전극 공정의 대량 생산 과정에서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상영 연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식 전극 기술의 난제를 명확히 규명하고, 연구실 단계를 넘어 대량 생산을 위한 실질적인 개발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통해 건식 전극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확립하고, 배터리 산업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건식 전극은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며 "특히 급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Nature Energ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60-025-017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