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유튜브 캡쳐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정부의 잘못된 연구개발(R&D) 정책 방향 때문에 연구현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한범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의 과학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 잘못된 R&D 정책 | 서울대 교수 소신발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한 교수는 영상에서 "과학자들이 공감하는 건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상한 R&D 정책 방향이 대한민국 과학 미래를 박살 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자들의 다년 연구과제의 예산이 줄어들며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양성해 온 연구자들에게 큰 타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견연구 1381개와 기본연구 1570개를 합쳐 2951개의 연구 과제가 선정됐지만, 올해는 기본연구가 폐지되고 중견연구는 910개로 줄었다. 기본연구를 대체할 성격의 창의연구 885개가 신설됐으나, 이 둘을 합쳐도 총 1795개에 불과해 기존 대비 지원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다.

한 교수는 지원을 받지 못해 연구가 중단되면 논문을 발표할 수 없고, 이는 연구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연구를 완전히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구비 카르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심사 들어갈 때까지 누가 심사위원으로 오는지도 모른다"며 "개인연구는 계급장을 떼고 연구 성과와 계획서만 가지고 평가해 아무리 인맥이 넓은 교수라 하더라도 계획서를 못 쓰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대형 연구과제를 소수 연구자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에도 과거에 이상한 분야로 취급받던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도 나중에 빛을 보게 됐다. 작은 연구과제를 많이 만들어 허릿단에 있는 연구자들이 오래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현장의 고사 상황이 예산 복원으로는 원상복구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비가역적 피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영상을 올린 이유에 대해 "다들 잘못된 정책 방향의 문제점을 말하지만 조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며 "간신히 연구비를 딴 입장에서 작은 목소리지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