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의 (왼쪽부터) 최영재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우진 석박통합과정생./GIST

국내 연구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데이터 집적도를 데이터 센터 수준까지 높일 새로운 DNA 파일 접근 기술을 개발했다.

최영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권성훈 서울대 교수, 에이티지라이프텍 연구진과 공동으로 DNA 데이터 내 특정 파일을 보다 정밀하게 찾아내고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12일 게재됐다.

전 세계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응용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반영구적이며 유지 비용이 적게 드는 DNA 기반 저장 방식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중합효소 연쇄반응(PCR)과 같은 기존의 DNA 파일 접근 기술은 특정 DNA를 증폭하기 위해 서로 다른 프라이머를 설계해야 했다. 프라이머는 최소 20개 염기로 구성되며, DNA 복제나 증폭 과정에서 특정 부분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분해야 하는 DNA 파일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이를 구별하기 위한 프라이머 설계와 합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단일 염기 수준의 바코드를 활용해 프라이머 없이도 DNA 파일을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PCR 방식에서는 DNA 파일마다 별도의 프라이머 한 쌍을 설계하고 합성해야 했지만, 이 기술은 4개의 염기만으로 특정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4개 염기의 바코드로는 256종의 DNA 파일을, 8개 염기로 이뤄진 바코드로는 총 6만5536종의 DNA 파일을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프라이머의 길이인 20개의 염기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4150억 개의 파일을 분류할 수 있다.

개발한 방식을 적용해 기존 PCR 방식 대비 비용을 10배 절감하고 접근 효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또 구분할 수 있는 DNA 파일의 수가 최소 7400만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정 DNA 파일을 제거하고 새로운 DNA 파일을 삽입하는 등 파일 교체도 가능해졌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프라이머 없이도 특정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여 계층적 바코드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PCR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향후 바코드 설계를 최적화하고 자동화 시스템과 결합하면 차세대 DNA 파일 접근 기술로서 DNA 기반 저장 시스템 상용화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68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