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를 탐지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큐빅 킬로미터 중성미자 망원경(KM3NeT)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입자에는 우주의 기원과 여러 비밀을 풀 단서가 담겨 있다. 특히 중성미자는 태양, 초신성, 블랙홀, 중성자별에서 방출돼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최근 국제 연구진이 사상 최고 에너지를 가진 우주 중성미자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큐빅 킬로미터 중성미자 망원경(KM3NeT) 프로젝트 연구진은 기존에 탐지된 중성미자보다 에너지가 약 30배 높은 중성미자를 포착했다며 우리 은하계를 넘어선 먼 우주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3일 게재됐다.

중성미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의 하나로, 전자보다 백만 배 이상 가볍다. 모든 종류의 물질을 통과하면서도 양성자나 중성자를 비롯한 주변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우주의 '유령 입자'로 불린다. 매초 약 100조 개의 중성미자가 사람의 몸을 통과하지만, 이를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를 포착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천 개 이상의 극도로 민감한 센서를 산속 깊은 곳이나 투명한 얼음, 물속에 배치해 중성미자를 탐지한다. 다른 입자들은 얼음이나 물을 쉽게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배경 보정이 되기 때문이다.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물질과 충돌하면, 전하를 가진 입자가 생성되면서 푸른 빛을 방출하는데, 이를 감지해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KM3NeT를 통해 이뤄졌다. 이 망원경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프랑스 프로방스 인근 지중해 바다 밑바닥에 설치된 두 개의 검출기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망원경이 완전히 구축되기 전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왔는데, 2023년 2월 13일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기본 입자 '뮤온' 신호를 감지했다는 것을 최근에야 확인했다. 뮤온은 중성미자가 감지기 근처의 바위나 바닷물에 부딪혔을 때 생성되는 아원자 입자다.

분석 결과, 뮤온은 지구 표면에 대해 거의 수평에 가까운 진행 방향을 가졌고, 깊은 해저에 위치한 탐지기에서도 감지될 만큼 에너지가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가 약 2조2000억 전자볼트(eV)에 달하는 중성미자에서 뮤온이 나왔다고 추정했다. 이 에너지는 1m 높이에서 탁구공을 떨어뜨린 것과 같은 양으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세계 최고의 입자 가속기인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수만 배 더 많다.

연구진은 중성미자의 기원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했다. 우선 중성미자가 온 방향과 일치하는 은하 중심 블랙홀 '블레이저' 12개를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기원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우주선을 구성하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우주 배경 복사의 광자와 충돌하면서 생성된 '우주 생성 중성미자'일 수도 있을 거라 봤다. 연구진은 "중성미자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해 입자의 기원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중성미자를 연구하는 유인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우주에서 오는 빛 같은 경우는 흡수, 반사, 굴절될 수 있는데 중성미자는 왜곡이 없기 때문에 우주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직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내는 우주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5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