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레도니아 번식지의 혹등고래 엄마와 새끼. /마크 퀀틴

혹등고래의 노래가 인간의 언어만큼 효율적이고 체계화된 규칙을 따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메이슨 영블러드 스토니브룩대 교수와 인발 아논 히브리대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각각 6일과 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언어학에서는 짧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유리하다고 본다. 예컨대 위험을 알릴 때 '앞에 물체가 날라오니 피해야 해'라고 하기보단 '엎드려'라고 외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언어법칙이 멘제라스 법칙과 지프 법칙이다. 멘제라스 법칙(Menzerath's law)은 문장이 길어질수록 음절과 같은 요소는 짧아져야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지프 법칙(Zipf's law)은 자주 쓰이는 단어, 문장 요소가 짧을수록 효율이 증가하는 법칙이다.

메이슨 교수는 고래의 노래에도 이러한 법칙이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래류 16종의 노래 샘플 6만5511개와 인간 언어 51개의 구성요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11종의 고래 노래는 인간 언어와 비슷하거나 인간 언어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멘제라스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프 법칙은 혹등고래와 대왕고래 단 2종에서만 관찰됐는데, 혹등고래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에서 이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발 아논 교수는 혹등고래 노래가 인간의 의사소통처럼 학습을 통해 문화적으로 전승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를 진행했다. 어린아이의 언어 학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분석 기법을 혹등고래의 노래에 적용했다.

그 결과 혹등고래의 노래도 인간 언어처럼 체계적인 구조를 형성하며, 학습을 통해 전승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인간과 진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종들도 학습과 문화적 전승을 통해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구조적 언어적 속성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라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다.

연구진은 "혹등고래의 노래가 인간 언어와 달리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단 법칙과 원리만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서로 진화적으로 먼 종이라도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를 학습하고 문화적으로 전승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구조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국내 고래 연구자는 "해양 포유류는 잘 알려진 대로 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한다"며 "국제적으로 이들의 숨은 법칙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 https://doi.org/10.1126/sciadv.ads6014

Science(2025), DOI : https://doi.org/10.1126/science.adq7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