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병원균이 깨어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동토 해빙이 병원균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의 김덕규·김민철·이영미 박사 연구팀은 북극 동토층이 녹으면 잠든 병원균이 활성화될 가능성과 깨어난 병원균이 병원성을 갖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알래스카 북서부 수어드 반도 카운실 지역에서 채집한 동토를 연구실로 가져왔다. 이후 90일간 해빙 환경을 조성하고 세균의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얼지 않은 표면층과 달리 얼었다가 녹은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는 세균 개체 수가 늘고 군집 구조도 변형됐다. 특히 동토층에 묻혀있던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 균주는 감자 무름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슈도모나스 속 균주는 중위도 지역에서 과일과 채소를 감염시키는 병원균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북극 툰드라의 전이층과 영구동결층에서도 존재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균주가 저온에서는 개체 수가 적고 휴면 상태라 감염성을 보이지 않지만, 동토가 녹는 환경에서는 병원성이 활성화되고 개체 수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재배 가능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실험 대상으로 선정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깨어날 미생물들은 분명 걱정거리이지만, 그 위험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잠재적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극 현장과 실험실에서 식물 병원균의 휴면과 활성을 지속해서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2025), DOI : https://doi.org/10.1016/j.ecoenv.2024.117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