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경 과학 연구 아카데미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쥐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이동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미국 하버드대

미세플라스틱이 뇌혈관을 막아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이 건강, 특히 신경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련 연구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환경 과학 연구 아카데미와 싱가포르 국립대, 미국 듀크대의 국제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한 뒤 뇌 면역세포에 의해 포식 되고, 이로 인해 혈관이 막혀 혈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2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5㎜ 이하의 매우 작은 플라스틱 입자다. 바람과 물을 타고 해양 표면부터 심해 퇴적물, 농경지, 고지대 산맥, 호수, 강 등 지구 곳곳에 퍼져 있다. 현재까지 약 1300종 이상의 생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세포 수준에서 생태계 전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형광 물질로 표지된 미세플라스틱을 생쥐에게 주입하고, 현미경으로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쥐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이동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것은 처음이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로 침투한 뒤, 면역세포에 의해 포식되며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과 면역세포의 집합체는 뇌 혈류를 방해하고 혈전을 유발했다. 이러한 혈관 폐색 현상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7일 이상 지속됐고, 28일이 지난 뒤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생쥐들은 기억력과 운동 능력 시험에서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뇌 조직에 직접 침투하지 않더라도 혈류를 방해해 간접적으로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우울증, 신경 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등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연구를 이끈 황 하이펑 중국 환경 과학 연구 아카데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칠 위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며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r8243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l2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