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우주 탐구를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시작된 이래 우주 탐사 관련 기술은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탐사선 창어 6호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 채취에 성공했고,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최강 로켓인 스타십 1단부 추진체를 젓가락 모양의 지지대로 잡아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도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된다. 우주 탐사의 지평을 넓힐 ‘우주 급유’ 실험, 한국이 개발에 참여한 우주 관측 망원경 발사 등이 예정되어 있다.
◇우주 급유 시연… 우주 주유소 구상
사상 첫 재사용 발사체 도입으로 민간 우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는 오는 3월 우주에서 연료를 보급할 수 있는 신기술을 선보인다.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우주선 두 대가 밀접하게 비행하며 한 우주선에서 다른 우주선으로 급유하는 기술로, 대형 군용기가 비행 중인 전투기에 기름을 옮겨 싣는 ‘공중 급유’와 비슷하다. 스페이스X는 오는 3월 스타십을 활용해 이를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술은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물론, 화성 개발에 나서고자 하는 머스크의 목표에도 필수적이다.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우주에 주유소와 같은 급유 우주선을 곳곳에 배치, 지구로부터 더 먼 곳을 탐사할 수 있게 된다.
연초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이 첫 재사용 발사체 뉴글렌을 발사한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경쟁자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뉴글렌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첫 시험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 시각으로는 10일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뉴글렌은 블루오리진이 2016년부터 개발해온 재사용 발사체로 높이 98m, 지름 7m의 2단 로켓이다. 위성이 있는 정지궤도에는 최대 13t의 페이로드(운송 중량)를, 이보다 낮은 지구 저궤도에는 최대 45t을 올릴 수 있다. 뉴글렌이 시험 비행과 회수에 성공하면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X와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팰컨 9을 이용해 지난해 사흘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아 올렸는데, 경쟁사 중 이런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곳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누리호 4차 발사 등 韓 도전도 계속
한국의 우주 기술 투자도 빛을 볼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에 참여한 NASA의 우주 망원경 ‘스피어X’가 첫 주인공이다. 스피어X는 기존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탐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적외선 우주 망원경으로, 오는 2월 발사를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천문연은 2016년 스피어X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극저온 성능 시험 장비, 데이터 처리 시스템 구축 등에 힘을 보탰다. 미국 외 국가의 기관으로는 천문연이 유일하게 스피어X 협력 기관으로 선정됐다.
스피어X가 우주에 안착하게 되면 2년여에 걸쳐 20억개의 새로운 천체 관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대한 관측 데이터는 정밀한 우주 지도 제작에 쓰일 예정이다. 학계는 이를 통해 지구 외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계를 탐색하는 등 학문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는 국산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2023년 3차 발사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관했지만 이번에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우연과 제작·운용을 공동 주관한다. 국내 우주 산업도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이행해간다는 방증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올해 11월쯤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 대항해 빠르게 우주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은 오는 5월 소행성 샘플 수집을 위한 우주 탐사선 ‘톈원-2′를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우주정거장을 설치하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하는 등 우주 탐사 기술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톈원-2는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소행성 ‘카모 오알레와’에 착륙해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샘플을 보낼 예정이다. 샘플은 캡슐에 담겨 2026년 귀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