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파충류 박람회 '2024 코리아 렙타일 쇼'에서 부스 관계자가 애완 뱀을 선보이고 있다./뉴스1

오는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 뱀의 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불안감을 안긴다. 인간은 뱀이라고 하면 무조건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뱀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기조차도 뱀 사진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과학자들이 인간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뱀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이유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게서 찾았다.

일본 나고야대 인지심리과학과 가와이 노부유키(Nobuyuki Kawai) 교수는 원숭이가 뱀을 신속하게 탐지하는 데 쓰는 단서가 비늘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뱀은 원시 시대부터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안겼다. 이는 곧 뱀에 대한 방어 본능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뱀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간이나 원숭이 모두 뱀 사진은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태어난 지 8~14개월 된 아기조차 꽃 이미지보다 뱀 이미지에 더 빨리 반응한다. 영장류가 뱀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왼쪽부터 도마뱀, 뱀 비늘을 몸에 얹은 도마뱀, 뱀의 모습./마츠시타 레이코

가와이 교수는 실험을 통해 영장류가 뱀의 어떤 특징을 두려워하는지 조사했다. 먼저 원숭이에게 뱀과 도롱뇽의 사진을 보여주자, 원숭이는 뱀 사진에 즉각 반응했지만 도롱뇽 사진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뱀과 도롱뇽을 나누는 특징 중 비늘의 유무가 뱀 공포를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롱뇽 사진에 뱀의 비늘을 합성하고 보여줬다. 실험 결과, 실제 뱀을 본 적 없는 원숭이도 뱀 비늘이 합성된 도롱뇽 사진을 보자 다른 원숭이가 뱀을 볼 때와 비슷하거나 더 빠르게 반응했다. 뱀 감지는 단순히 형태나 크기가 아니라 비늘이라는 시각적 단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가외이 교수은 "인간과 영장류가 뱀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이때 사용하는 핵심적인 시각적 특징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영장류 조상들이 진화 과정에서 뱀 비늘을 감지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갖췄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가 동물과 인간의 시각과 뇌 진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4-78595-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