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법사 간달프는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어 반지 모양을 만든다. 실제로 흡연자 중에는 링 도넛, 고리 모양으로 담배 연기를 입에서 뿜어내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에는 ‘우’ 소리를 내는 것처럼 입술을 앞으로 내밀고 작은 연기를 뿜어내라는 등 반지 모양의 담배 연기를 만드는 법이 올라 있다.
높은 산이 사람에게서 배운 걸까. 산이 담배 연기를 반지 모양으로 뿜어내는 듯한 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최고의 과학 사진’ 가운데 하나다. 네이처는 매년 말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은 흥미로운 사진들을 선정한다.
이번 사진에서 반지 모양 연기를 내는 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있는 ‘에트나’다. 유럽에서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꼽힌다. 분화구에서 나오는 이 연기를 ‘화산 소용돌이 고리’라고도 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모양의 연기가 비교적 새로 생긴 둥근 분화구를 화산 가스가 빠른 속도로 통과할 때 나는 것으로 본다. 분화구 내부의 마그마가 응축된 가스로 분출될 정도로 압력이 충분히 축적됐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분화로 분출된 반지 모양 연기는 대개 1~10분 정도 공중에 머물다 사라진다.
아래 왼쪽 사진은 지중해에서 촬영한 것으로, 갈매기가 거북이 등에 탄 모습이다. 거북이가 운전하는 차에 갈매기가 합승한 듯한 ‘카풀(car pool)’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이 사진도 네이처의 올해 과학 사진으로 뽑혔다. 네이처는 “바다에서 몇 시간 동안 먹이를 찾아 헤매던 갈매기가 잠시 거북이 등에 내려앉아 쉬는 듯한 초현실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화려한 꽃처럼 보이는 아래 오른쪽 사진은 수많은 박테리오파지가 모여 있는 형태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다. 이름이 ‘세균(bacteria)을 먹어치운다(phage)’는 뜻이다. 사진에서 꽃처럼 보이는 박테리오파지 집합체의 실제 크기는 지름 0.2㎜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