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리 저우 미국종자무역협회(ASTA) 부회장./유엔식량농업기구(FAO)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약 9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보다 농업 생산성을 70% 이상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해 새로운 특성을 추가한 유전자변형작물(GMO)과 자체 특정 유전자를 조절한 유전자교정작물(GEO)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26일 판-리 저우(Fan-Li Chou) 미국종자무역협회(ASTA) 부회장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농민들은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수확량 감소, 병충해 증가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특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려면 긴 시간이 걸리지만, GMO와 GEO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개선된 품종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우 부회장은 현재 ASTA에서 과학정책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전에는 미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청에서 8년 일하다가 2017~2020년 장관의 농업 생명공학 고문을 맡았다. ASTA는 저우 부회장을 두고 "농업 생명공학 규제와 무역 문제에 관해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뛰어난 리더"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저우 부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분자·세포 생물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피츠버그대 의대에서 생화학·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저우 부회장은 "GMO는 글로벌 규제를 준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대규모 작물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GEO를 구분해 규제를 완화하자 중소기업과 공공 연구자들이 식물 육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GEO는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GMO와는 달리 작물 자체의 유전자만 바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해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칠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GEO 기술을 활용한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신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가뭄에 강한 옥수수, 염분을 견디는 감귤, 비타민A 함량이 높은 사과와 같은 새로운 작물들을 개발한다. GEO 기술이 지역 농업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새로운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셈이다. 유전자 교정은 주로 유전자 DNA에서 원하는 부분만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다.

판-리 저우(Fan-Li Chou, 맨 왼쪽) 미국종자무역협회(ASTA) 부회장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고 노력하는 농부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정책 개발이 산업 기술 속도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ASTA

GEO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칠레를 비롯한 남미와 미국, 유럽, 일본으로 GE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저우 부회장은 "미국에서는 아직 GEO 종자가 상업 곡물 생산에 사용되지는 않지만 농업 생명공학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흐름에서 한국은 예외다. 한국은 여전히 GMO와 GEO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규제하고 있다. GEO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한 유럽,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GEO를 GMO만큼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라고 알려졌다.

저우 부회장은 "GEO 기술에 대해 규제를 완화한 국가에서는 자국 산업의 성장은 물론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이 GEO 연구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규제를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기술 규제를 완화하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농업 기술을 혁신하면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국제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저우 부회장은 우선 대중에 적극적으로 과학 정보를 제공해 GEO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저우 부회장은 "ASTA는 웹사이트를 통해 GEO 기술이 건강과 식량, 환경 문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GEO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신뢰하는 가치와 우려를 반영한 맞춤형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