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수행해야 하는 여러 가지 기능 중에는 감각 정보 처리와 같이 순간적인 것에서부터 기억과 같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그 내용이 보존되어야 하는 것도 있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뇌신경 활동이 일어나는 다양한 시간적 스케일에 대한 보편적 패턴을 파악해 뇌의 신경망 회로 구조를 이해할 길을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백세범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정민환 생명과학과 교수,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다양한 포유류 종의 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영역별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 패턴을 확인해 뇌가 정보를 표상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13일 게재됐다.
인간 뇌의 대뇌피질은 시각피질과 같이 감각 정보를 담당하는 영역부터 전전두엽 피질과 같이 고등 인지를 담당하는 영역까지 순차적인 위계 구조로 되어있다. 연구진은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이 위계가 낮은 영역에서부터 위계가 높은 영역에 이르기까지 점점 증가하는 것을 관측했다. 즉 뇌의 상위 영역으로 갈수록 정보처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적 스케일을 사용하는 신경 활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이와 같은 경향성이 영장류와 설치류에서 공통으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포유류의 뇌 진화에서 다양한 과제 처리를 위한 시간적 스케일이 중요한 공통의 변수였음을 밝혀낸 것이다. 한편 대뇌 깊은 곳에 위치한 시상(thalamus)과 같은 영역은 대뇌피질과 강하게 연결돼 있어도 시간적 스케일의 위계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의사 결정 행동을 수행하고 있는 원숭이, 쥐(rat), 생쥐(mouse)의 뇌에서 측정한 신경 활동을 자발적 요소와 행동 관련 요소로 나누고, 두 유형의 시간 스케일의 변화가 여러 대뇌피질 영역에서 계층이 높아질수록 길어지는 양상을 나타내는지 분석했다. 더불어 대뇌피질과 직접적인 연결이 존재하는 영역인 시상까지 분석의 범위를 확장해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의사 결정 행동 관련 활동의 시간 스케일 역시 세 종의 대뇌피질에서 상위 정보 처리 영역으로 올라갈수록, 즉 해부학적 계층이 높아질수록 길어졌다. 반면 뇌의 다른 영역인 시상에서의 신경 활동 시간 스케일은 대뇌피질의 신경 활동의 시간보다 전반적으로 짧고, 계층적 변화의 양상이 없었다.
백세범 교수는 “포유류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인 신경 활동의 시간적 스케일이 해부학적 계층에 따라 변하는 보편적인 구조적 패턴을 밝혔다”며 “뇌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신경망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성과는 연구진들의 밀접한 국제적 협력을 통한 결과이기에 더 뜻깊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41569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