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은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재발률이 70%에 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늦게 발견될 경우, 방광 제거 수술 후 인공 방광을 이식하거나 소변 주머니를 사용하는 대수술이 필요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소변 검사 키트는 민감도가 낮고, 요도에 관을 삽입해 방광 내부를 검사하는 방광경 검사는 고통과 부담이 크기 때문에 환자에게 간편하고 정확한 진단 기술이 필요하다.
정영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강석호 고려대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집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변용 방광암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물의학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지난 11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물과 기름이 층을 이루는 원리를 활용해 방광암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새로운 진단 키트를 설계했다. 소변에서 방광암 바이오마커를 검출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소변 내 바이오마커의 농도가 낮고 혈뇨와 같은 불순물이 신호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 키트는 바이오마커와 결합한 필름이 파괴되며 발생하는 부력 있는 신호 전달체가 기름층으로 이동해 신호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혈뇨와 같은 불순물이 신호에 간섭하지 않도록 설계됐고, 신호 증폭 효과를 극대화해 바이오마커를 정확히 검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고려대 비뇨의학과에서 환자 80명과 정상인 25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double blindness)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개발된 진단 키트의 민감도가 88.8%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상용화된 검사법의 민감도가 2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결과다. 기존 검사법으로는 조기 방광암 진단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이번에 개발된 키트는 초기 방광암도 높은 정확도로 검출할 수 있었다.
개발된 진단 키트로 불필요한 방광경 검사를 줄이고, 조기에 방광암을 발견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종합 검진 센터에서 대량으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가정에서 간편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영도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간단한 방광암 진단 키트를 이용한 방광암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석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KIST와 고려대 간 임상중개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성과로 방광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 기술 개발에도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51-024-012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