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잡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둘러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일반 세포에 가해지는 악영향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였던 ADC 시장 규모는 2028년 28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ADC 시장에 합류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의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해 독성을 없앤다. ADC는 이처럼 길잡이 역할을 하는 항체에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해 특정 암세포만을 공격하게 된다. ADC의 개념을 적용한 첫 약물은 1970년대 개발됐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치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가 압도적인 효능을 보이면서 세계 ADC 개발 열풍을 이끌었다.
아직 국내에서 개발된 ADC 치료제는 없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생산 시설과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완공을 목표로 ADC 전용 생산 시설을 신설하고 있다. 고객사와 계약을 맺어 의약품을 생산하는 위탁 개발 생산(CDMO)이 주력인 만큼, 최대 500L 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해 ADC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국제 콘퍼런스에서 각각 폐암과 방광암을 타깃으로 하는 ADC 치료제 2종의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2029년까지 ADC 신약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ADC 전문 업체 앱티스를 인수했다. 앱티스는 위암 치료제 ‘AT-211′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GC녹십자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이중 항체 ADC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미국 얀센과 2조원 규모의 ADC 항암제 LCB84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고, 이달 고형암 치료제 LNCB74의 미국 임상 1상 시험 계획(IND)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