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17일(현지 시각) 2025년 주목해야 할 과학계 사건들을 정리했다. 비만 치료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우주 탐험 등 기존에도 주목받던 과학기술부터 트럼프 2기, 팬데믹 및 기후변화 대응 등 내년부터 과학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조명했다.
첫 번째는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비만 치료제의 확장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의 글로벌 대성공에 이어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라이 릴리는 내년 경구용 비만 치료제인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라이 릴리는 또 체내 호르몬에 3중으로 작용하는 리타트루티드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한다. 리타트루티드는 11개월 동안 24.2%의 체중 감소를 경험해 경쟁 약 대비 우월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네이처는 “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중독 등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GLP-1 작용제의 잠재력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도 주목된다. 네이처는 “도널드 트럼프가 1월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미국 과학에 광범위한 변화가 올 수 있으며, 세계적인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미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해 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 효율성부 수장으로 임명한 만큼, 과학 기관의 예산과 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개발해야 한다는 행정 명령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을 중심으로 감염병 대책 강화를 위한 ‘팬데믹 협약’이 무산됐다. 협약 초안에는 병원체 정보 공유, 제약회사의 신흥국으로의 기술 이전, WHO에 의약품 공급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저중소득 국가 지원에 대한 선진국과 후진국 간 의견차가 발생하면서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WHO는 2025년 5월까지 이 협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처는 중국의 BCI 기술 확장 역시 주목했다. BCI는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인간 지능을 높이는 기술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가장 앞서 있다. 중국은 산업정보화부를 중심으로 BCI 장치 ‘NEO’를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초기 임상 시험을 시작했는데, 2025년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우주업체 인튜이티브 머신의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민간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네이처는 내년 더 많은 민간 업체들의 우주선이 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는 작년 달 착륙에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는데, 내년 재도전한다. 인튜이티브 머신 역시 내년 달 남극 착륙을 재시도한다.
네이처는 또 내년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2035년까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 자금 3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안의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역대 최강의 중성자 가속기인 유럽 파쇄중성자원(European Spallation Source) 역시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