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지는 2025년에는 먹는 비만 치료제도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비만 치료제가 다른 질환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했다./Shutterstock

2024년 과학자들은 한때 불치병으로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100% 예방할 수 있는 주사제를 탄생시켰다. 환자의 면역세포로 만든 CAR-T 치료제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성과도 거뒀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초기 우주에서 밝은 은하를 발견했으며, 미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거대한 우주선을 하늘로 쏘았다가 다시 발사대로 귀환시켜 로봇팔로 붙잡았다.

과학계는 2025년에도 전년 못지않은 연구 성과들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는 17일(현지 시각) 새로운 비만 치료제, 생각을 스템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 착륙선이 잇따라 달로 가며. 태양 탐사선들도 연속 발사된다. 동시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기후변화 국제회의들도 과학계에 큰 영향을 줄 사건으로 꼽혔다.

◇먹는 비만약, 비마약성 진통제 잇따라

2024년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에 이어 2025년에도 새로운 비만 치료제들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라이 릴리는 먹는 치료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약은 기존 치료제보다 생산이 쉽고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라이 릴리의 3중 작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에 대한 임상시험도 2025년에서 성과가 기대된다. 이미 임상 2상 시험에서 최고 용량을 복용한 사람들이 11개월 동안 24.2%의 체중 감소를 경험하는 전례 없는 효능을 보였다. 기존 비만약은 같은 기간에 15~20%의 체중 감소 효과를 거뒀다.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을 읽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상도. 2025년에는 중국이 BCI에서 미국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pixabay

미국의 제약사인 암젠은 혈당 조절과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두 가지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매달 복용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마리타이드(maritide)의 임상 3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2025년에 GLP-1 계열 비만약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중독 등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계속 탐구할 것이다.

올해는 통증 치료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월에 버텍스 파마슈티컬이 개발한 비(非)마약성 진통제인 수제트리진(suzetrigine)에 대한 검토를 끝낼 것으로 전망된다. 승인되면 20년 만에 급성 통증을 치료하는 최초의 새로운 계열 진통제가 된다.

◇입자 탐사와 뇌 생각 읽기 연구

입자물리학자들은 스웨덴 룬드에 있는 유럽파쇄중성자원(European Spallation Source)이 1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가동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파쇄중성자원은 중금속 표적에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양성자 빔을 발사해 중성자를 생성한다. 과학자들은 이 중성자를 사용하여 물질의 구조를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는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칩은 뇌신호를 컴퓨터로 해독해 생각대로 기계를 구현하는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구현했다. 올해는 중국이 BCI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의 NEO는 뇌의 감각 운동 피질 위에 8개의 전극을 배치한 무선 BCI로, 마비 환자의 손 움직임을 회복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NEO는 척수 손상을 입은 참가자가 BCI 덕분에 먹고, 마시고,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NEO 연구진은 2025년에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 2년 동안 하늘 전체를 적외선으로 조사할 예정이다./BAE Systems

◇달, 태양으로 우주 탐험도 봇물

2025년은 달 탐사에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월에는 일본 아이스페이스(ispace)가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를 탑재한 무인(無人) 착륙선을 달로 보낸다. 미국의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도 머지 않아 달 남극에 무인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이 착륙선은 달 표면 아래를 분석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얼음 드릴과 질량 분석기를 탑재한다. 나사의 상자형 우주선인 루나 트레일블레이저(Lunar Trailblazer )는 달 궤도를 돌며 물 분포도를 만들 예정이다.

태양 탐사도 봇물 터진다. 태양에서 흘러나오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인 태양풍을 연구하는 두 가지 임무가 2025년에 시작된다. 유럽우주국(ESA)과 중국과학원의 공동 프로젝트인 스마일(SMILE)은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할 예정이다.

미국 나사의 펀치(PUNCH) 임무는 태양 대기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3D(입체) 이미지를 포착해 60년 동안 천문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태양계로의 에너지 흐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에 발사될 또 다른 나사 우주망원경인 스피어엑스(SPHEREx)는 적외선을 사용해 처음으로 하늘 전체를 102가지 색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와 함께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해 과학계의 우려를 낳았다./AP연합

◇트럼프와 기후변화, 팬데믹도 관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직 복귀는 벌써부터 과학계에 우려를 안겼다. 트럼프는 이전 임기 동안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인 2015년 파리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다. 의학계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2025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는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플루엔자 A형, 뎅기열, 천연두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음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는 30개 이상 병원체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11월에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열린다. 회원국들은 2024년 COP29 회의에서 해결되지 않은 자금 조달 문제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할 위성도 발사된다. 미국 나사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니사르(NISAR) 위성은 12일에 두 번씩 거의 모든 지구의 육지와 얼음으로 덮인 표면을 조사한다.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유럽의 바이오매스(Biomass) 위성은 레이더로 산림의 생물 총량인 바이오매스를 측정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기구(ESA)의 바이오매스 위성이 레이더로 지구 상공에서 숲을 조사하는 모습의 상상도./ESA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39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