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지구 상에서 멸종한 것처럼 인류가 사라지면 지구는 어떤 생명체가 지배할까. 진화생물학 연구자로 유명한 팀 콜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문어를 잠재적인 지구 지배종으로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콜슨 교수는 최근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문어가 인간 이후 지구를 지배할 강력한 후보”라고 밝혔다. 인류가 멸망하는 극적인 생태 변화에서는 침팬지 등 영장류도 살아남기 어려워 문어가 지구의 주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어는 인지 능력은 물론이고 도구 사용과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나 인간 다음으로 지구에서 가장 지능적인 종으로 부상해 문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문어가 물 밖에서 숨을 쉬는 방법을 터득해 육상 동물을 사냥하고, 수중 도시를 건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수십만~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처럼 일부 과학자들이 문어를 지구의 지배종 후보로 꼽는 이유는 척추동물 못지않은 지능을 가진 동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문어 뇌의 신경세포(뉴런)는 5000만개 이상이고, 다양한 신경세포 형성에 관여하는 마이크로RNA도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실제로 과학계 연구에서도 문어의 다양한 능력이 확인됐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에 따르면, 문어는 새우를 잡을 때 다리 하나를 살짝 흔들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느리게 움직이는 게를 노릴 땐 그물을 던지듯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등 먹이에 따라 다양한 사냥 전략을 구사한다. 또 싫어하는 상대를 겨냥해 조개 껍데기와 진흙 등을 던지고 위장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