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메타스페이스 천체관측소에서 통신용 적외선 레이저가 우주로 발사됐다. 외계 생명체에게 한글 메시지를 전송하는 장면이었다. 앞서 1974년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외계인에게 지구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아레시보 메시지’를 보냈는데, 50주년을 맞은 이날 국립중앙과학관이 처음으로 외계인 대상 한글 메시지를 우주로 전송하는 행사를 연 것이다.
외계의 지적(知的) 생명체를 탐사한다는 세티(SETI) 프로젝트를 한국 버전으로 시도한 첫 움직임으로 꼽힌다.
이번에 전송한 한글 메시지는 원종국 작가가 작성했고 ‘우리의 사랑이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까지 우리와 당신 모두 이 우주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편지뿐 아니라 인간과 지구, 기술 등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이미지도 보냈다.
원종국 작가는 “외계의 지성체에게 한글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한 최초의 우주 메시지”라고 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0비트 디지털 데이터로 인코딩해 1550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장 레이저에 실어 우주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메시지 전송은 우주 통신과 천체 관측 스타트업 ‘스페이스 빔’이 맡았다.
이번 메시지는 어느 별로 보냈을까. 50년 전 아레시보 메시지가 향했던 M13 천체를 비롯해 지구에서 520광년 떨어진 ‘백두’, 50광년 이내 거리에 있는 ‘트라피스트-1′과 ‘울프 1069′ 등으로 전송했다.
연구자들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항성으로 지구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이를 수신한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러 오는 것은 아닐까. 예컨대 공상과학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넷플릭스의 ‘삼체’는 우주로 보낸 메시지를 받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50광년 거리 밖의 별에서 올 외계인을 현 세대 인류가 만날 가능성은 없다. 지금 보낸 메시지가 빛의 속도로 이 별들에 도달하는 데 50년이 걸리고, 이를 받은 외계인이 같은 속도로 지구로 온다고 해도 합계 10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