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광우병 위험을 평가하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제한하는 현행 방역 규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최종순 질환표적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정봉진 디지털오믹스연구부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이 광우병 위험을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분석기기, 장비 분야 국제 학술지인 ‘센서와 액추에이터 B: 케미컬(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광우병은 소의 뇌와 신경 조직에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축적돼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신경계 이상을 보이며 결국 사망에 이른다. 특히 광우병은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고,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이라는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광우병의 위험성으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진단법이 방역 체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알려진 판별법은 전문가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고, 고가의 장비와 긴 검사 시간이 필요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자체 발굴한 p21 단백질 바이오마커(생체지표)에 주목했다. p21은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단백질로, 앞서 30개월 이후의 소고기에서 p21 발현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소고기의 월령을 판별하는 바이오센서로 활용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p21에 특이적으로 붙는 펩타이드 기반 항체를 이용해 p21을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펩타이드 구조의 항체는 기존 항체에 비해 분자 접근성이 높아 민감도가 향상됐다. 이 센서는 p21 발현을 10분 이내로 신속히 측정할 수 있으며, 소고기 샘플에서 p21 발현 수준을 통해 나이를 판별할 수 있었다. 검출 한계는 1mL(밀리리터, 1000분의 1L) 당 0.1ng(나노그램, 10억분의 1g)으로, 일반적인 센서보다 10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번 연구에서 9~33개월령 소고기 샘플을 분석한 결과, p21의 발현이 월령이 늘어나면서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30개월 이후 발현이 기준 수준에 도달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월령을 판별하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소의 월령 판별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 진단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고기 수입 규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역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2024), DOI: https://doi.org/10.1016/j.snb.2024.136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