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 내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아모레퍼시픽

화려한 빛깔로 물든 나무들이 갈색으로 변해가던 지난 14일, 경기도 오산에서 한국 화장품 K-코스메틱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을 찾았다. 바로 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다.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운영하는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가장 오랜 79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 파크는 세 곳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와 미래 공장을 엿볼 수 있는 팩토리와 원료 식물원,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다. K-코스메틱의 역사와 기반이 된 자연, 미래 기술이 공존하는 뷰티 파크는 단순한 공장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 공간이었다.

◇혁신의 공간,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팩토리는 아모레퍼시픽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체험형 공간이다. 이날 투어는 화장품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 ‘팩토리 스테이션’부터 시작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장품 제조와 포장 공정을 담은 이미지와 영상들이 가득했다. 과거 공장에서 사용되던 기계와 국내 최초 미용 잡지 ‘화장계’, 이를 계승한 ‘향장’의 최신 호까지 전시돼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79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투어는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의 백미인 3층 생산 라인으로 이어진다.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온 미래 공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자동화 생산 라인이었다. 이곳은 로봇 약 50대가 모든 공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빈 병을 정리하고 화장품 내용물을 담으며, 뚜껑을 닫고 포장하는 전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품질 검사도 로봇이 담당했다. 인간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단계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무거운 물품을 옮기는 일도 로봇이 했다. 촬영은 할 수 없어 눈에 담고 가야 한다.

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는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 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선정됐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공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송이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학예팀 팩토리운영 담당자는 “무인화된 생산 공정을 기반으로, 현재보다 3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라인을 올해 말, 늦으면 내년에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층을 지나 2층으로 내려오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든다.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설립됐다. 팩토리 아카이브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설립 초기에 사용했던 기계들이 전시돼 있었다. 당시의 공장 모습과 현재의 첨단 기술이 대조를 이루며,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발자취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1층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들을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오산=홍아름 기자

◇자연 속 힐링 즐길 수 있는 원료 식물원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팩토리에서 몇 걸음 떨어진 원료 식물원이다. 식물 1620여 종으로 조성된 이곳은 단순히 제품 원료를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멸종 위기 식물의 복원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료 식물원은 창업자인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그는 식물의 가치와 생명력을 깨닫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길 바랐다고 한다. 그의 철학은 2019년 원료 식물원 개원으로 결실을 맺었다.

식물원은 단순히 식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체험할 기회도 제공한다. 가을이면 감이나 배추, 땅콩, 고구마 수확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돼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테비아 시식이었다. 잎을 살짝 베어 물면 느껴지는 달콤함은 마치 자연이 선사한 사탕 같았다.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배~300배나 되는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다.

이 외에도 녹차, 라벤더, 동백을 포함해 아모레퍼시픽 제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원료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공장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 연구와 사회 공헌을 위한 공간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원료 식물원 내 암석원./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역사 담은 아카이브

팩토리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였다. 이곳에서는 창업 초기 동백기름으로 시작한 작은 가게가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화장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에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선크림과 네일 컬러, 시트 마스크팩과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혁신과 도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카이브는 화장품 방문 판매 제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했던 이 제도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판매원들이 사용했던 지도와 기록물, 방문 판매 가방이 전시돼 있어 그 시대의 흔적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뷰티 파크를 둘러보는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투어는 무료로 운영된다. 하루 2회, 각 20~25명씩 예약제로 진행된다. 전송이 팩토리운영 담당자는 “아모레퍼시픽 뷰티 파크를 둘러본 후 근처의 두부 전문점 ‘콩마당’에서 전골이나 찌개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아모레퍼시픽 창립 8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곳곳에 새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라고 했다.

오산 아모레 뷰티 파크 별점

자체 콘텐츠(3/3) ★★★ 누군가 K-코스메틱의 과거·현재·미래를 묻거든 이곳으로

주변 연계(1/2) ★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쉽진 않아 아쉽다

전체 평가(4/5) ★★★★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알찬 콘텐츠가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