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업체들의 ‘3세대 위장약’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위장약은 작용 기전과 효능에 따라 1~3세대로 구분하는데, 1세대는 위산을 직접 중화하는 제산제를 주로 말하고 2세대는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 위산 분비를 줄이는 경우를 말한다. 3세대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가 주목받고 있다. 칼륨의 작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막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약효가 길고 편의성이 좋아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한 HK이노엔과 이를 바짝 추격하던 대웅제약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후발 주자인 제일약품까지 합류하면서 ‘3파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P-CAB 시장 점유율 1위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다. 2019년 30호 신약으로 국내 출시된 케이캡은 누적 처방액 6500억원을 넘기면서 HK이노엔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케이캡 매출은 출시 후 연평균 8.8% 늘어났다. HK이노엔은 케이캡 출시 후 종근당과 공동 판매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 초 파트너를 보령으로 교체했다. 케이캡 판매 호조에 힘입어 보령 매출도 크게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계획하고 있다.
케이캡의 뒤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쫓고 있다. 34호 신약으로 2022년 7월 출시해 누적 처방액 1200억원을 넘겼다. 특히 올해는 HK이노엔과 결별한 종근당과 손잡고 공동 판매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종근당이 케이캡 판매를 통해 쌓은 경험과 영업망을 펙수클루에 활용한다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제일약품의 자큐보가 합류했다. 제일약품은 지난달 1일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를 출시했다. 후발 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자큐보의 보험 약가가 20㎎ 정당 911원으로, 케이캡(1300원)·펙수클루(939원)보다 저렴하다. 첫 달 약 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판매는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함께 맡는다.
HK이노엔, 대웅제약, 제일약품은 시장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는 한편, P-CAB 제제의 시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P-CAB 제제는 빠른 효과 발현 및 긴 약효 지속성 등의 특장점이 경쟁 제품 간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영업, 마케팅 분야에서 차별화가 중요하다”며 “각 사의 판매 전략이 P-CAB 제제의 전반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