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배터리나 전선 연결 없이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뇌신호를 읽어 기계를 작동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CI) 기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용화되면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이나 기계를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장경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이영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완전 매립형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지난 8일 게재됐다.
기존 뇌신경 신호 기록기는 유선 연결로 인해 실험 공간에 제약이 있거나, 배터리로 작동하여 방전 시 배터리 교체를 위한 재수술이 필요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배터리나 유선 연결 없이 무선 전력 전송과 통신을 통해 영장류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방해하지 않고 뇌신경 신호를 은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를 개발했다. 특히 한 번의 뇌신경 전극 삽입 수술로 지속적인 신경 신호 기록이 가능하도록 무선 전력 전송과 통신 기술을 적용했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신경 신호 분석 기술도 함께 접목했다.
연구진은 이 무선 뇌신경 기록기를 비인간 영장류인 실험용 원숭이의 뇌에 이식하여 회복시킨 후,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사료나 간식을 섭취하는 행동 중 뇌신경 신호를 성공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뉴럴링크와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에 이어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뉴럴링크가 영장류가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게 하고, 로잔 연방공대가 하반신 마비 영장류를 걷게 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영장류 실험에서 무선 뇌신경 기록과 제어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개발된 뇌신경 기록기는 영장류의 본능적 행동 연구를 위한 뇌공학 플랫폼 기술의 일환으로, 인간과 유사한 비인간 영장류의 뇌와 행동 간 관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안전하게 뇌에 이식할 수 있어 뇌신경 회로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성 및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기술의 전임상 시험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장경인 교수는 “비인간 영장류가 신경 신호 기록기 이식 여부를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현재 의공학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다양한 난치성 뇌 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51-024-0128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