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억제하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했지만, 올해 상승 폭은 1.55도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으로, 산업혁명 직전(280ppm)보다 높았다고 발표했다.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농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인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이 학계에 공개됐다. 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오마르 므완네스 야기 UC버클리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물질 ‘COF-999′다. 이 노란 가루 200g이 이산화탄소 약 20㎏을 흡수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학계 일각에선 기존에 보고된 이산화탄소 포집 물질보다 COF-999가 1.5~2배 포집 성능이 뛰어나 기후위기를 완화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야기 교수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껏 이 정도의 탄소 포집 성능을 보인 물질은 없었다”며 “이를 통해 야외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등 상용화가 2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기에서 직접 탄소 포집
야기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COF-999′ 물질을 공개했다.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는 공유(共有) 유기 구조체라는 뜻이다. 여러 유기물이 강력한 공유 결합을 이룬 다공성(多孔性) 물질이다. 구멍이 많기 때문에 표면적이 넓고, 그만큼 많은 물질을 흡착할 수 있다. 야기 교수는 2005년 COF를 최초로 만들었고, COF를 이용해 사막 공기에서 물을 수확해 식수를 공급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에 선보인 COF-999는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물질이다. 수많은 구멍 가운데에 있는 아민이라는 화합물이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해낸다. 염기성 물질인 아민은 산성인 이산화탄소를 잡아챈다. 야기 교수는 “COF-999는 매우 높은 표면적으로 흡착 성능이 뛰어나고, 고온·고습 환경이나 화학적으로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며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물질의 종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공기를 물질에 통과시켜 성능을 시험했다. 섭씨 25도, 습도 50% 환경에서 18.8분 만에 이산화탄소의 50%가 흡착됐고, 61.7분 만에 80%가 흡착됐다. 이산화탄소를 전부 흡수하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건조한 상황일 때보다 50% 습도 환경에서 오히려 2배 가까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 COF-999는 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뱉기 때문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것도 간단하다. 100회 이상 재사용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수경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COF-999는 1g당 2밀리몰(mmol)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할 수 있어 성능이 굉장히 좋은 물질로 보인다”고 했다.
◇상용화 가능할까
야기 교수는 COF-999를 상용화하기 위해 본인이 설립한 스타트업 ‘애토코(Atoco)’가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BASF)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기 교수는 “COF-999는 비교적 흔하고 저렴한 원료들로 만들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방출에 필요한 에너지도 크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 잠재력이 크다”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규모를 수 톤(t) 단위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사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COF-999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탄소 포집 용량을 기존의 2배로 늘리는 실험도 하고 있다”며 “이 물질은 분해 또한 수월해 폐기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수경 책임연구원은 “COF-999 제조에 필요한 물질들은 특수 제작되는 것으로 보여 당장은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폭넓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