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부품으로 구성된 이미지. 국내 연구진이 AI를 이용해 배고픔과 식욕 같은 본능적 욕구를 유발한 뇌 경로를 규명했다./Chat GPT, 달리(DALL-E)

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동물의 다양한 행동을 관찰하는 기술이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경 신호가 어떻게 본능적 심리 상태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미흡하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생명체의 본능적 행동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김형구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 공동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인간의 본능적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6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섭식 행동을 비롯한 생명체의 생존 필수 행동을 뇌가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AI 기술을 신경과학에 접목했다. 지금까지 뇌 시상하부의 특정 신경이 본능적 행동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역할과 메커니즘은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다. 시상하부는 입천장 바로 위쪽에 있는 뇌 영역으로, 대사과정과 자율신경계를 조절한다. 체온이나 생체리듬도 시상하부가 관장한다.

연구진은 새로운 항상성 이론과 AI 기반 신경 모델을 결합해 시상하부의 AgRP(Agouti-related peptide, 아구티 관련 펩타이드) 신경이 ‘배고픔’을, 렙틴 수용체(LH LepR) 신경이 ‘식욕’을 나타낸다는 것을 밝혔다. 특히 시상하부 신경의 활동 패턴을 실험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정교하게 분석해 배고픔과 식욕이 특정 신경 집단의 활동 패턴으로 나타나는 과정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김형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의 융합을 통해 복잡한 신경 회로의 활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생명체의 본능적 행동을 수치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시상하부 신경의 활동이 어떻게 배고픔과 식욕 같은 본능적 욕구를 조절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김형구 성균관대 교수(뒷줄 가운데)와 최형진 서울대 교수(오른쪽서 두 번째) 공동 연구진./성균관대

최형진 교수는 “AgRP 신경이 활성화하면 섭식을 유도하지만, 음식이 제공되면 오히려 활성이 감소했고, 반대로 LH LepR 신경은 활성화 시 섭식을 유도하면서도 음식 제공 시 활성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역설적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AI 모델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항상성 이론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o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