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왼쪽) 연구진은 구근본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오른쪽) 연구진과 함께 교모세포종 실험 쥐 모델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의 항암 작용을 높여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KAIST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을 강화하는 치료제다. 하지만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서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흥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예방진단기술연구센터와 함께 교모세포종 실험 쥐 모델에서 면역관문 억제제의 항암 작용을 높여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도록 정상 세포에 표시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가 종종 면역관문으로 위장해 공격을 피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관문과 결합하지 못하고 다시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도록 한다.

연구진은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줄기세포의 특성을 가질 경우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줄기세포의 특성은 세포가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복제하거나 변형하는 능력을 말한다. 특히 면역세포의 단백질 중 하나인 ‘억제성 Fc 감마수용체(FcγRIIB)’를 제거하면 CD8 T세포의 줄기세포 특성을 더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이어 T세포의 줄기세포 특성을 높인 뒤, 면역관문 억제제의 일종인 ‘항 PD-1 치료’를 적용하면 면역관문 억제제만 사용하는 것보다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FcγRIIB 억제와 항 PD-1 치료를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면역관문 억제제에 대해 효과를 보이지 않는 종양에 대한 새로운 공략 대상을 제시했다”며 “특히 교모세포종과 같이 항 PD-1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종양에서 FcγRIIB를 억제하면 치료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흥규 교수는 “뇌종양 치료에서 면역관문 억제제의 살패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 결과로, 다른 난치성 종양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암 면역 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온라인판에 지난 10월 26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2024), DOI: https://doi.org/10.1136/jitc-2024-009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