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피해를 딛고 일어나 1960년대부터 자동차 생산에 나섰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해외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수준에 그쳤지만, 현대차가 1975년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자동차 포니를 출시한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자동차를 다섯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인 현대차가 운영하는 전시관이다. 현대차는 2014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을 개관한 이래로 현재 국내외에서 모두 7곳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이 가장 크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총 부지면적이 1만6718㎡로 축구장의 8.7배에 달한다. 전시관은 3개의 테마로 나눠져 있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설 전시공간 ‘인투더카(In to the Car)’와 지난 7월 리뉴얼(개조)된 체험 전시공간 ‘4차원(D) 라이드’, 고성능 자동차 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N 브랜드존’이다. 5일 오전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직접 방문해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 그리고 미래 기술을 들여다 봤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인투더카' 전시공간의 모습. 거대한 로봇팔을 이용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이병철 기자

◇자동차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아

인투더카 전시장은 자동차의 재료가 되는 강판이 만들어지는 데서 내장과 외장을 완성하기까지 한 눈에 보여준다. 철광석을 녹여 강판을 만들고, 프레스로 찍어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실제 철광석과 강판, 부품 전시품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강판 제조 기술은 최근에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섭씨 9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한 강판을 성형한 후 급속냉각하는 ‘핫스탬핑’이 대표적이다. 핫스탬핑 공법이 사용된 강판의 인장강도는 1300~1900㎫(메가파스칼)로 일반적인 강판보다도 월등히 뛰어나다. 최근에는 핫스탬핑 공법보다 온도를 낮춘 ‘프리미엄 핫스탬핑’ 공법도 사용 중이다. 강판에 수소 성분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는 높였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 중인 자동차의 제조 과정. 거대한 로봇팔로 인테리어(내장)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병철 기자

인투더카 전시공간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자동차보다 큰 로봇 팔이다. 자동차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인테리어(내장) 작업 공간에서 로봇 팔이 숙련된 작업자처럼 능숙하게 차 안에 좌석을 설치했다. 로봇 팔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배치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이나 정교한 작업도 해낸다.

이어지는 전시관은 안전을 주제로 꾸며졌다. 사고 차량이 에어백을 작동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운전자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안전 테스트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충돌 테스트 전시공간은 실제 테스트 결과와 비슷한 상태의 자동차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 자동차를 보면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2012년부터 도입한 시험법으로,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장애물과 충돌시켜 파손 상태를 확인한다.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 이처럼 자동차의 일부만 충돌하는 사고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도입됐다. 그 뒤로 자율주행차 체험,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예술 전시가 이어진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체험형 전시공간 '4D 라이드'. 마치 4D 영화관처럼 영상 속 상황에 따라 수증기, 따뜻한 바람, 풀 향기를 느낄 수 있다./이병철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운영 중인 '4D 라이드' 체험 전시. 영화관과 같은 시설에서 미래 모빌리티(탈 것)의 활용 분야를 체험해볼 수 있다./이병철 기자

◇자동차로 현장 달리는 느낌 제공

인투더카 전시공간을 지나면 마치 영화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4D 라이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면에는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펼쳐져 있다. 객석은 화면을 따라 움직이는 6축 모터가 달려 있다. 입체감에 그치지 않고 감각까지 자극한다. 화면에서 물이 튀기면 객석 앞으로 수증기가 나오고, 화면이 화재 현장에 가까워지면 따뜻한 바람이 분다. 자동차가 숲 속을 달리면 나무 향을 내뿜어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객석에 앉자 화면에서 자연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동물을 구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더 미션, 모빌리티 히어로즈’라는 주제로 주인공이 다양한 모빌리티(탈 것)를 옮겨 타며 활약하는 과정을 생동감있게 보여줬다. 기존 자동차부터, 도심항공교통(UAM)까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사람과 물건을 이동하는 것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전시공간인 N브랜드 존은 현대차의 고성능 경주차인 N 모델을 전시한 공간이다. 3대가 전시돼 있으며, 모두 대회에 출전했던 상태 그대로 보여준다. 2014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해 현대모터스포츠팀의 우승을 이끈 i20, 2017년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출전해 완주를 기록한 i30 등 국내 자동차 기술의 완성도를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차의 첫 수소전기차 개발 사업인 '머큐리 프로젝트' 당시 작성된 연구일지./이병철 기자

◇현대차의 미래, 수소전기차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면 마지막으로 로비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 과정을 볼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차로 친환경 자동차 기술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로 달리는 차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머큐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수소전기차 개발 첫 단계로 미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UTC파워와 협력해 자동차용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에는 ‘폴라리스 프로젝트’를 가동해 2004년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택은 다수 연료전지 셀을 층층이 쌓은 것이다.

20년 연구 끝에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투싼ix이 출시됐다. 마치 박물관처럼 꾸며진 이 곳은 당시 연구자들이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작성했던 연구 자료도 전시하고 있다.

거대한 전시관을 돌면서 떨어진 체력은 맛있는 음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4층에는 현대차의 호텔 브랜드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호텔에 가지 않고도 호텔 레스토랑의 수준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과슐랭 별점

자체 콘텐츠(2.5/3) ★★☆ 체험, 예술 콘텐츠가 어우러진 공간

주변 연계(1.5/2) ★☆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위치, 주변 즐길거리는 많지 않아

전체 평가(4/5) ★★★☆ 어린이는 물론 자동차에 관심 많은 성인이라도 만족할만한 콘텐츠가 가점

<미슐랭(미쉐린) 가이드는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안내서입니다. 조선비즈는 미슐랭 가이드처럼 국내 기업과 기관이 운영하는 과학관과 박물관의 콘텐츠 ‘맛’을 평가하는 과슐랭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과학관, 박물관에 담긴 과학 정보와 함께 기업 직원들이 추천하는 근처의 맛집도 소개합니다. 과학과 문화를 배우며 맛집도 찾는 여행 가이드로 활용하길 바랍니다.>